뉴욕증시, 하락반전..재정절벽 핑계로 `조정`

by이정훈 기자
2012.12.14 06:08:12

3대지수 1% 가까이 하락..나스닥 3000선 하회
에너지-기술주 부진..애플, 근 2% 재차 하락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오랜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한 것은 거의 1주일만이었다.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고 유로존 호재도 있었지만, 재정절벽 우려를 핑계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1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74.73포인트, 0.56% 하락한 1만3170.72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21.65포인트, 0.72% 떨어진 2992.16을 기록, 지수 3000선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9.03포인트, 0.63% 낮은 1419.45를 기록했다.

개장전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에 대해 다음주부터 491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자금을 재집행하기로 최종 승인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200군데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통합 감독권을 오는 2014년부터 행사하기로 EU 국가들이 합의한 것도 시장심리 개선에 힘을 보탰다.

미국에서도 지난달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4주 연속으로 급감하며 두 달만에 최저치를 기록한데다 소매판매도 증가세로 돌아서며 소비경기 회복을 예고한 것이 힘이 됐다. 생산자물가도 6개월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조정심리가 짙어진 상황에서 오후들어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의회가 정부 채무한도 통제권을 포기하는데 동의할 확률은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차익매물을 이끌어냈다. 그나마 이날 오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이 회동을 갖기로 했다는 소식에 낙폭이 다소 제한됐다.

대부분 업종들이 하락한 가운데 특히 에너지와 기술주가 약세를 주도했다. 보잉과 머크가 각각 1.52%, 1.96% 하락했다.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애플 역시 별다른 재료가 없는 가운데 다시 2% 가까운 하락률로 주가 530달러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페이스북은 1억5600만주가 풀릴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대규모 지분매각 제한조치 해제를 하루 앞두고 2.39% 상승하는 랠리를 보였다. 최대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 바이도 창업주인 리처드 슐츠가 이번주중으로 50억~60억달러 수준으로 지분 인수 제안을 할 것이라는 소식에 16% 가까이 급등했다.

기대주로 꼽히는 솔라시티도 주당 8달러에 나스닥시장에 데뷔한 첫날 40%에 가까운 급등세로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CVS케어마크도 내년 실적 전망을 기대하며 38%의 배당률 인상을 약속한 뒤로 2.04% 더 올라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 S&P, 영국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강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경제상황이 더 악화될 땐 2년내에 최고 등급인 ‘AAA’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S&P사는 영국에 대한 평정 보고서를 통해 ‘안정적’이던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순국가부채 비율이 오는 2015년까지 높아지다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향후 고용이나 성장 충격으로 재정상태가 더 압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등급 전망을 낮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경제와 재정상황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질 경우에는 앞으로 2년 이내에 ‘AAA’ 최고 등급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무디스와 피치사도 영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한 바 있으며, 이번 S&P사의 조치는 3대 평가사 가운데 가장 늦은 것이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영국 재무부는 “영국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으며 재정적자 역시 축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S&P사의 전망 강등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 연준-5개 중앙銀, 통화스왑-유동성대출 1년 연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 주요 5개 중앙은행들과 맺었던 달러 통화스왑과 긴급 유동성 대출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날 미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스위스 중앙은행(SNB), 캐나다 중앙은행(BOC)과 맺고 있는 달러 통화스왑 계약을 1년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언제든 필요한 통화로 자금을 빌려주는 긴급 유동성 대출도 무제한적으로 계속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12월 스왑금리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서 이들 5개국 중앙은행과 맺고 있는 통화스왑 계약도 이같은 저금리로 내년 2월1일까지로 더 연장하기로 했었다. 연준은 아직도 은행권의 불안이 남아있다는 판단에서 이를 1년 늘려 2014년 2월1일까지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중앙은행들은 자국내 은행권에서 달러화 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저금리로 연준에 스왑을 요청해 달러화를 언제든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4개국 중앙은행들과의 스왑계약은 즉시 연장하되 BOJ는 다음번 통화정책회의에서 이를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 美 소매판매 증가반전..실업수당 두달래 최저

미 상무부는 지난 11월중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0월 0.3%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선 것이지만, 0.5% 증가를 점쳤던 시장 예상치에는 못미쳤다. 앞선 10월 수치는 0.3% 감소로 유지됐다.

반면 자동차와 휘발유, 건설자재 등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 역시 0.5% 증가하며 0.4% 증가를 점쳤던 시장 예상치는 물론 앞선 10월의 보합을 모두 웃돌았다. 실질적인 소비경기 악화를 확인시킨 셈이다. 10월에 크게 줄었던 자동차 판매도 회복세를 보인 것이 힘이 됐다. 자동차 판매는 1.4% 늘어났다. 특히 더 고무적인 것은 이 기간중 휘발유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가 휘발유 판매가 4.0%나 감소했지만, 전체 소매판매는 증가했다는 점이다. 휘발유 판매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무려 4년만에 최대폭으로 급락했고, 이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8%나 증가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2만9000건 급감한 34만3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7만건은 물론 전주의 37만2000건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10월초 이후 두 달여만에 최저 수준이기도 했다. 반면 2주일전 수치는 종전 37만건에서 소폭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변동성을 줄여 추세를 알 수 있는 4주일 이동평균 건수도 1년 2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던 전주의 40만8500건에서 크게 줄어든 38만1500건으로 내려갔다. 지속적으로 실업수당을 받은 건수도 319만8000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321만건은 물론 전주의 322만1000건보다 크게 줄었다.

◇ 유로존, 그리스에 491억유로 지원재개 확정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의 회의를 통해 그리스에 대한 지원 재개를 최종 승인했다. 이는 그리스가 이번주중 113억유로 규모의 국채 바이백(환매)을 마무리하면서 국채 부담을 줄인데 따른 조치다. 회의를 주재했던 장 끌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도 “그리스가 긴축이행에 대해 충실한 진전을 보여주고 있어 다음 주부터는 구제금융 자금 지원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로존은 다음주부터 내년 3월까지 총 491억유로(64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 자금을 지급하게 된다. 일단 다음주에는 1차로 343억유로가 먼저 집행될 예정이다.

융커 의장은 “이를 통해 그리스는 오는 2020년까지 정부 채무를 국내총생산(GDP)의 124%까지 감축해야 한다”면서도 “만약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추가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에 기초해 그리스에 대한 첫 번째 구제금융 지원 프로그램 점검을 완료하도록 권고하겠다”며 “이사회 회의는 내년 1월에 열릴 것”이라고 말해 IMF의 지원 참여도 재확인했다.

◇ 바클레이즈, 투자은행부문서 2000명 감원

영국 금융업의 거인 바클레이즈가 투자은행부문으로부터 2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바클레이즈가 전반적인 사업 재조정을 단행하면서 투자은행 부문에서 최대 2000명에 이르는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인력 감축 내용은 내년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 개선을 노린 것으로, 감축되는 인력은 대부분 아시아와 유럽대륙에 집중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쪽 사업조직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바클레이즈측은 답변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