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무현과 싸우는 與..박정희와 싸우는 野

by김성곤 기자
2012.11.05 06:00:00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난타전이다. 여야는 모두 화력을 총동원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빅3 대선후보는 물론 당 지도부, 핵심참모, 대변인들이 모두 나섰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브리핑과 보도자료는 상대방을 거칠게 몰아세운다. 이슈는 한둘이 아니다. 야권 후보단일화, 투표시간 연장, 서해 북방한계선(NLL), 과거사, 여성대통령론, 막말공방 등등.

빅3 대선후보측은 날마다 전투를 벌이고 있다. TV뉴스와 신문지면, 인터넷 공간에서는 각 후보들의 공방이 생중계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측은 후보단일화를 권력야합이라며 맹비난한다. 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공개를 통해 NLL 포기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은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 국민 참정권을 강조하며 박 후보측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박 후보가 생물학적 여성에 불과하다는 거친 언급까지 나왔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신경전도 여전하다. 대선이 코앞인데 오리무중이다. 단일화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된다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대선이 44일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각 후보측의 네거티브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총칼만 없지 ‘너죽고 나살자’는 사생결단이다.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게 득표에 훨씬 효율적이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가 아닌 30여년 전에 서거한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불과 몇 년 전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선을 치르고 있다. 현실정치에 발을 디딘 안철수 후보는 여전히 거북이 스텝의 도덕교과서 정치를 고수하고 있다.



네거티브가 판을 치면서 정책과 비전은 실종됐다. 정치는 3류’라는 세간의 비아냥거림을 여야 정치권이 반박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비정규직 개선, 전세난 해소, 가계부채 대책, 반값등록금 등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각론이나 접근법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총론에서는 모두 동의한 사안이다.

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지 못하나.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과 자극적인 이슈만 선호하는 언론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변명하지 말자. 너무 궁색하다. 무상급식 찬반 여부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패를 가르고 반값등록금에 모든 국민들의 이목이 쏠렸던 게 기억나지 않는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다면 네거티브가 아니라 정책과 비전으로 승리하는 것도 능력이다. 그게 바로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