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세 安 대안 文 운명..잠룡들의 자산과 한계는

by나원식 기자
2012.04.24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4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8개월간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12·19 대선 예비후보 등록 접수가 23일 시작되는 것에 맞춰서 정치권 잠룡들이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섰다.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은 이날 강원도에서 전국 민생 행보의 첫발을 내디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24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난다. 지난 주말 김문수 경기지사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유럽 5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대권구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 자신이 손에 든 카드와 상대방의 패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현재까지 가장 좋은 카드를 손에 들고 있다. 그는 영남 지역과 50~60대의 고정지지층을 바탕으로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바람’에 흔들리는가 싶었던 지지율이 총선 승리 이후 다시 견고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권에서 후보단일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박 위원장의 대세론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박 위원장의 ‘고정지지층’은 약점으로도 꼽힌다. 지지층의 외연 확장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20~30% 정도의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잘 오르지도 않았다.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문제도 박 위원장이 숨기고 싶은 카드다. 지난 총선 야권은 이 문제로 박 위원장에게 집중포화를 쏟은 바 있다.



안철수 원장은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싫은 유권자들이 새로운 이미지의 그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장점이다. 정치에 등을 돌린 것으로 평가되던 2040세대의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연장 선상에서 해석된다. 이 세대에서 그는 박근혜 위원장을 여유 있게 앞선다.

하지만 정치 무대에 서본 적이 없는 경험은 독이 될 수 있다. 여권의 인사들은 안 원장의 인기가 ‘거품’이라고 단언한다. 친박계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안 원장이)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지 지금은 모르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안 원장이 야권에서 경선을 치르면 조직이 없다는 한계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정치적 자산은 단연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친노의 대표주자로 각인되면서 최근 민주당의 최대 세력으로 부활한 친노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 상임고문은 또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풍부한 국정경험을 갖고 있다.

친노 이미지는 대선주자로서 한계이기도 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여권은 참여정부 때 추진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문 상임고문이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공세를 펼쳤다.

김문수 지사는 지난 6년 동안 경기지사를 지내면서 행정 경험을 쌓았고, 최근 당내 비박(非朴) 세력과 연대를 구성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장점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을 깰 수 있을지, 경기지사직 사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과제다.

새누리당의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전 특임장관도 박 위원장을 ‘정상’에서 끌어내리는 게 가장 큰 과제다. 민주당의 손학규 전 대표와 정세균 상임고문, 정동영 상임고문은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당내 경선에서 대역전극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대중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지지층이 겹치는 문재인 후보를 넘어서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