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종로·사상’, 박근혜 vs 문재인 차기 대리전

by김성곤 기자
2012.03.07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7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서울 종로와 부산 사상 지역구가 4·11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정치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와 최대 승부처로 일컬어지는 부산 사상에서 여야의 화려한 맞대결이 성사된 덕분이다.

특히 이들 두 지역의 총선 성적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차기 대권 행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종로는 여야 거물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새누리당은 대변인 출신의 조윤선 의원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친박계 6선인 홍사덕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 조 의원이 주자로 나설 경우 중량감이 떨어지고, 이 전 수석을 공천할 경우 이른바 ‘MB 심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민주통합당은 내리 4선을 했던 호남 지역구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종로에서 표밭갈이에 나섰던 정세균 전 대표가 공천을 받았다.

‘홍사덕 vs 정세균’ 맞대결 결과는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박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차기 지지율에서 줄곧 1위를 달려왔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깜짝 등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상승세로 대세론은 이미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도 지역구 의원을 지낸 종로에 친박계 최다선 현역의원을 공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박 위원장의 차기 대권가도에서 종로 승리는 필수적이다. 영남의 보수 정치인이라는 고착화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은 물론 총선과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지역에서 본인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총력 지원했지만 선거에 패하며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부산 사상은 문재인 이사장과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 뺏길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4·11 총선 최대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의 핵심 지역에서 승리할 경우 문 이사장은 부산·경남(PK)을 지역기반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문 이사장의 총선 승리는 PK 민심이 차기 주자로 박근혜 이외에 또하나의 대안을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문재인 대망론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새누리당의 아성인 PK 지역에 균열을 내며 정치적 교두보를 마련해야 총선 승리와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해진다.

다만 새누리당이 5일 부산 사상에 27세의 여성 정치신인 손수조씨를 전략공천하면서 다소 계면쩍은 상황이 됐다. 야권의 거물 대선주자와 무명의 20대 여성 정치신인의 맞대결로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돼버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 이사장이 부산 사상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크게 얻을 것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만약 패한다면 이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악몽이다. 문 이사장으로서는 잘해야 본전인 셈이다.

이 때문에 문 이사장으로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우선 총선 압승이 필요하다. 여권의 약체후보와 대결에서 접전을 벌이거나 박빙 승부 끝에 여의도에 입성할 경우 상처뿐인 훈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문풍(文風) 효과로 문성근(북·강서 을), 김정길(부산진 을), 김영춘(부산진 갑), 최인호(사하 갑) 후보 등의 동반 당선을 이끌어낸다면 문 이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