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학선 기자
2011.10.04 08:30:00
상반기 성과평가결과 본점부서 최고등급 없어..예전엔 3분의1이 S등급
"영업현장 우대,감사원 감사도 의식"..본점 직원들 "상대적 불이익" 불만
[이데일리 이학선 송이라 기자] "승진하고 싶으면 지점으로 가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최근 실시한 성과평가에서 본점 직원 2500여명 가운데 단 한명에게도 최고등급인 S등급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승진하고 월급 더 받고 싶으면 현장에서 직접 뛰라는 단호한 메시지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순우 행장 "은행은 환자 살리는 의사"
우리은행 텔러행원인 그녀가 눈물흘린 사연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정규직 직원 1만4000명에게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 성과급은 부서나 지점별 평가에 따라 S,A,B,C,D 등 크게 5등급으로 나뉘어 차등 지급된다. 등급에 따라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예전에는 본점 60여개 부서 가운데 3분의 1인 20여개는 S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S등급을 받은 부서가 단 한 곳도 없었다. 평가자의 주관이 많이 반영되는 리더십, 책임감 등 정성적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현장을 중시하는 이 행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행장은 지난 3월 취임과 동시에 "현장 직원들을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승진인사에서 본점 부서 출신비중을 20%에서 10%로 낮추고 해외근무자 선발시 영업점 출신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했다. 영업점의 업무추진비를 늘리고 본점이 갖고 있던 금리결정권도 영업점에 넘겨줬다.
본점 직원들은 서운함을 내비쳤다. 한 직원은 "현장직원들이 고생하는건 알지만 상반기 승진도 그렇고 성과급까지 이렇게 나오니 본점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본점 직원들에게 무조건 불이익을 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S등급을 주지 않은 대신 A등급과 B등급을 늘렸다는 것이다. 반대로 영업점 가운데는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은 곳도 있다고 했다. 본점에는 C등급이나 D등급을 받은 부서는 한 곳도 없었다.
본점 부서 가운데 S등급이 전무했던데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도 무시못할 요인이었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감사원은 우리은행이 한도를 초과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이를 시정할 것을 통보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감사결과를 통보받고 누군가 희생을 해야한다면 영업점보다는 본점 직원들이 감내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문제를 두고 행장도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