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터필라 실적부진 오바마에 화풀이?

by지영한 기자
2009.04.22 04:45:42

세계 최대 중장비 메이커 캐터필라 `경기부양책 실망감` 쏟아내
16년만에 분기 손실 발표..올 연간 이익 전망도 `반토막` 하향조정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세계 최대 중장비 메이커인 캐터필라가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캐터필라는 경기부양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올해 이익전망치도 크게 하향조정했다.

▲ 지난 2월 캐터필라를 방문한 오바마.
캐터필라는 21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회사측 설명자료를 통해 "미국의 경기부양책중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비중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캐터필라는 "이같은 인트라 투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덜 공격적일 뿐만 아니라 과거 부족했던 미국의 인프라 투자를 만회할 기회마저 놓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캐터필라는 이어 "올해 미국의 인프라에 대한 지출은 지난해 전체 건설지출의 6.5% 정도인 700억달러 정도가 예상된다"며 "이 정도 규모는 가파른 민간부문 건설지출 감소세를 상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터필라는 이에 따라 미국보다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더욱 기대를 갖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캐터필라는 "중국경제는 미국의 3분의 1 정도이지만 인프라에 대한 투자금액은 3배나 많이 배정했다"며 경기부양책의 결과도 고무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캐터필라는 더욱이 중국은 경기부양책과 더불어 중앙은행이 2004년 저점까지 금리를 낮추고, 통화완화 정책에도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 금년중 중국의 성장률은 7.5%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터필라는 이날 1분기 손익이 16년만에 처음으로 1억1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신용경색과 리세션에 따른 수요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이다.



캐터필라는 특히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되기전인 지난 1월에 제시했던 올 연간 이익 전망치(주당 2.5달러)를 이날 주당 1.25달러로 절반이나 낮췄다. 이는 미 경기부양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제한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캐터필라는 올해 매출 전망도 35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시장의 전망치인 384억달러를 하회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의 의회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지난 2월 일리노이 이스트 피오리아 캐터필라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오바마는 "미국의 경제는 캐터필라의 손익(bottom line)을 들어다보면 알 수 있고, 캐터필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미국경제를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라며 향후 인프라 투자확대를 통한 경기회복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캐터필라가 16년만에 분기손실을 발표한데 이어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해 올해 이익 전망치 마저 대폭 하향조정, 경기부양책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기대감이 한풀 꺾였음을 시사했다. 

한편 캐터필라는 이날 자료에서 미국의 리세션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2007년 12월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보다 2달 앞선 2007년 10월 시작됐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캐터필라는 올해 세계경제가 1.3%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