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도 3不정책 논란

by백종훈 기자
2007.03.27 10:00:00

소비자혜택 제한, 국세 납부, CMA 통합카드 금지
"금융소비자 위주의 감독정책 아쉽다" 지적 비등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신용카드 3불(不)정책`이 금융권에서 논란거리다.

신용카드 3불정책이란 ▲ 소비자 카드혜택 제한 ▲ 국세 카드납부 불허 ▲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합신용카드 금지 등을 일컫는다.

3불은 모두 금융소비자들의 이용편의와 직결돼있다. 또 카드사들의 수익성, 건전성과도 밀접히 연관돼 큰 관심을 끌고있다.



지난주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을 상대로 `출혈경쟁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한 카드상품의 혜택이 그 카드사가 해당 가맹점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수료수익(매출대비 2~4%)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7일 금감원 관계자는 "과다한 회원확보 경쟁은 궁국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않는다"며 "고심끝에 서비스 제한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러한 경고가 `하나 마이웨이카드` 문제 때문에 불거진 것으로 보고있다. 마이웨이카드는 버스·지하철 1회 이용시 100원을 할인해 주므로 `매출대비 제공혜택`이 10%가 넘는다. 이는 2~4% 수준인 가맹점수수료에 비해 큰 것이어서 수익성을 해칠 수 있고 출혈경쟁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최근의 경쟁이 길거리모집이나 무리한 리베이트 지급이 아니기 때문에 출혈경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외식비 할인카드를 준비중인데 금감원이 제동을 걸어 4월 출시가 어려울 것 같다"며 "개별 서비스 하나하나별로 수익성을 따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 각각 특정서비스 10% 할인혜택 카드를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금감원의 경고로 망설이고 있는 상태다. 신한카드도 하나 마이웨이카드가 제동에 걸림에 따라 교통할인카드 출시를 재검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건전한 카드상품 경쟁을 금감원이 막고있다며 불만이다.

서울 방이동의 오모(47)씨는 "지난해 카드사들이 2조원대의 순익을 올렸다고 들었다"며 "카드사들이 수익 범위내에서 잘 알아서 경쟁하는 것을 금감원이 왜 막나"고 비판했다.



현재 일부 지방세는 카드납부가 가능하지만 국세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회와 감독당국이 국세 카드납부를 전향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이한구 의원(한나라당) 등 20여명은 지난달 국세 카드납부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한구 의원실 관계자는 "납부기한까지 납부하는 경우에 한해 국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편의를 제고하고 성실납부를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도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국세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해 주되 세금납기일을 연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금납기일 연장이란 국가가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안내는 대신, 세금 입금을 다소 늦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그 기간만큼 카드사가 자금 운용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수수료를 면제받는 것을 말한다.



카드사들은 이에 난색을 표했다. 국세는 일부 지방세와 달리 규모가 매우 커서 연체 리스크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B카드사 관계자는 "납세자가 국세를 카드로 내고서 연체할 경우 답이 없다"며 "세금납기일 연장만으론 국세수납을 맡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가맹점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태평로의 자영업자 박모(58)씨는 "영세 사업자들에게 카드 수납을 의무화하고 수수료도 꼬박꼬박 내게 하면서, 정작 국가는 왜 피해가려 하나"라고 비판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합신용카드`도 논란중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란 보통예금과 같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연 3~4%대의 금리를 지급해 주는 종금사와 증권사의 금융상품을 말한다.

금감원은 CMA와 신용카드를 합친 통합카드상품 시판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CMA를 쓰는 것은 금지하지 않고있어, 금지인지 허용인지 헷갈린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금감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CMA와 신용카드를 통합한 통합카드에 대해선 허용을 유보하고 있다"며 "다만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쓰는 것을 금지한 바는 없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사와 증권사는 고객를 갸우뚱하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C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발급후 결제계좌를 CMA로 변경할 수 있다면 결국 `CMA 신용카드`라는 이름만 못쓸 뿐이지 전면 허용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CMA 체크카드는 CMA 신용카드와 달리 허용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금감원은 지난해 CMA와 체크카드를 묶은 `CMA 체크카드` 발급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은행은 체크카드는 몰라도 CMA 통합신용카드는 절대 허용되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은행업계와 증권업계의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카드는 현금서비스가 연체되거나 CMA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경우 증권사와 카드사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3불정책과 관련해 `소비자의 자리는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카드혜택 제한의 경우 과열경쟁을 막으려는 금감원과 고객확보에 혈안이 된 카드사가 대립중이다. 금융소비자의 정당한 선택권은 무시되고 있다.

카드 국세납부의 경우에도 국회와 정부방침에 호응하려는 금감원과 연체 리스크를 우려하는 카드사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있다. 이 와중에 세금 납부편의를 바라는 소비자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서울 청담동의 홍모(31)씨는 "여권 발급비 등을 카드로 낼 수 있다면 정말 편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여권 발급비 카드결제 청원코너()에는 5일만에 700명 이상이 서명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는 공청회 등의 개최가 필요하다"며 "금융기관들의 자사이기주의와 감독당국의 규제편의주의를 견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