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6.12.23 07:35:05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성탄절 연휴을 앞둔 22일 뉴욕 주식시장이 하락했다. 경제지표 성적이 시원찮았던데다 연휴 여파로 거래량이 현저히 줄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는 1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월가 예상을 하회,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어줬지만 빛이 바랬다.
특히 11월 내구재 주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수치 자체는 월가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변동성이 심한 운송 분야를 제외할 경우 월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산타 랠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구재 주문의 부진은 미국 제조업 경기가 어느 정도 위기에 몰려있는지를 잘 알려준다. 하루이틀의 일도 아니다. 최근 발표된 11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근 4년만에 기준점 50을 밑돌았고, 전일 나온 12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도 예상 밖 부진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권으로 떨어졌다. 내구재 주문 부진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식회사 미국(Corporate America)`의 간판인 자동차업계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GM은 내년에 생산대수 기준으로도 도요타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줄 처지로 몰렸고, 포드는 미국 시장 점유율 3위 업체로 떨어지게 생겼다.
아직까지 미국이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금융업은 제조업과는 사정이 다르다. 하지만 제조업이 비틀댄다면 아무리 월 스트리트에 보너스 돈 벼락이 내린다해도 금융업 홀로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시켜 나갈 수 없다.
인테그리티 자산운용의 댄 밴디 매니저는 "미국의 주력 산업이 휘청이고 있다"며 "이것이 투자자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퍼시픽 그로스 에쿼티의 스티븐 마사오카 최고경영자는 "투자자들이 경기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주가가 하락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둔화 우려가 여전한데다 구리 가격은 큰 폭 하락했고, 일부 기술적 지표들도 조정 신호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는 성탄 연휴, 다음주는 연말 연휴로 어차피 주식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기 힘들다. 코웬 앤 코의 존 오도나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흥미가 없었다"며 "다음 주에도 거래 부진이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