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명수 기자
2004.01.17 07:34:20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GE의 CEO인 제프 이멜트는 "올해 사업 전망이 긍정적"이라며 "강력한 모멘텀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GE는 냉장고에서부터 항공기 엔진까지 만들지 않는 물건이 없다.
제조업 백화점인 GE가 "올해 장사가 잘 될 것 같다"고 했으니, 주식을 사지 않을 수 없다. 16일(현지시간) GE는 4.22% 올랐고, 다우는 1만600선에 도달했다.
GE의 4분기 EPS는 45센트로 지난해 31센트보다 45% 증가했다. 그러나 4분기 실적 자체는 월가의 예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주식 투자자들은 `과거의 실적`보다는 이멜트가 제시한 미래의 `수익 전망`에 베팅했다고 봐야한다.
주니퍼네트워크의 급등도 마찬가지다. 과거(실적)보다는 미래(전망)가 긍정적이었기에 주가가 30%나 오른 것이다. 월가는 실적 호전으로 손님들의 주의를 끈 후,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 물건(주식)을 사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는 모두 벨류에이션으로 연결돼 있다.
쿠키앤빌러의 테드 오코너는 "지금까지 어닝시즌은 매우 훌륭했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예상치를 만족시키거나, 웃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지표가 시장을 튼튼하게 받치고 있는만큼 연준리가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미래의 실적으로 자신의 벨류에이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을 때, 거시적인 경제지표들도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11월 기업재고는 전월 대비 0.3% 증가한 1조1900억달러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0.2% 증가를 웃돌았다. 기업재고가 증가했다는 것은 기업들이 판매 증가에 대비해 생산을 늘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12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쳐 예상치 0.5% 증가에 못미쳤지만,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가 `찜찜함`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1월 소비자 신뢰지수 예비치는 103.2를 기록, 전문가 예상치인 94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이는 2000년 11월 이후 3년래 최고 수준이다.
달러 강세를 촉발시킨 11월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도 주식시장에 나쁠 것 없는 지표였다. 지난해 11월 외국인들은 330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와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10월의 120억달러 순매수에 비해 순매수 규모가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주식투자자금은 90억달러 순증, 전달의 10억달러 순증에 비해 역시 크게 증가했다.
외국인들이 미국 자산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증시수요 기반이 튼튼해졌다는 뜻이다.
사이버트레이더의 전략가인 켄 타워는 "주식시장으로 아직도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며 "지수들이 주요 저항선을 차례로 돌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슈왑의 짐 라팔리안은 "공격적인 매수세가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수가 조정을 받더라도 이전 저점으로 내려가지 않고,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레그매손의 전략가인 샤론 샤크는 생각이 약간 달랐다. 그는 "이번주는 사실 도전적인 시장이었다"며 "산업생산이 생각만큼 좋지 않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샤크는 "생산지표가 이런 추세라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SG코웨의 토드 리온도 "시장이 꼭지에 도달한 느낌"이라며 "지수가 더 높이 상승하려면 약간의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