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친하게 지낸 것뿐인데, 상간소송 당했어요[양친소]
by최오현 기자
2025.05.18 06:10: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선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 (사진=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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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친하게 지내는 직장상사가 있어요. 회사 안에서도 사람 좋기로 소문난 분이고 팀원들 종종 밥도 사주고요. 저도 함께 어울려 지냈어요.
그런데 1년 전, 제가 회사에서 동료들 사이에서 문제가 있었어요. 힘들어서 그 직장상사에게 상담을 하면서 자주 연락을 했습니다. 둘이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가까운 관계가 됐습니다. 직장상사가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서 둘이 있을 때나 카톡으로는 ‘오빠’라고 불렀고요. 솔직히 직장상사가 ‘이쁘다. 좋아해, 사랑해’라며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했지만, 같은 직장에서 관계가 껄끄러워지기 싫어서 저는 모르는 척 다른 대화로 화제를 돌리곤 했습니다. 직장상사와 저는 가끔 영화도 봤고 생일에는 가지고 싶은 거 없냐고 자꾸 물어서 ‘자기~ 명품백이요’ 농담 삼아 말했는데. 진짜 사주더라고요.
그런데 직장상사의 아내로부터 ‘상간녀, 망신을 주겠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가족에게 알리고 직장 인사과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하는 거예요. 직장상사와 자유롭게 문자를 하고 만난 건 사실이지만, 결코 사적인 감정을 가진 적은 없고 성관계를 한 적도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상간녀가 되는 건가요? 오히려 저를 협박하고 회사에 알리겠다는 직장상사의 아내가 명예훼손 아닌가요? 저는 너무나 억울합니다.
△민법에서 정하는 이혼 사유가 되는 부정행위는, 배우자로서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못한 일체의 행위를 포함해서 이른바 간통보다는 넓은 개념으로써 부정행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판례를 보면 몇 개월간 배우자 있는 남성이 여성과 수천 건의 문자를 하고 여성이 매일 모닝콜을 해주고, 남성이 ‘당신이 이해해 준다면 지금부터 남은 인생 당신을 위해서 살겠소이다. 당신의 사랑 앞에서 무릎 꿇겠소이다’ 라는 내용이 담긴 연서가 배우자에게 발각 됐습니다. 또한 문구점에서 남편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아내의 친구에게 목격됐습니다. 이 사안의 경우 남편은 물론 상대방 여성에 대해서도 간통이 아니라도 타인 가정의 혼인 관계를 파탄시킨 책임이 있다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장상사는 ‘좋아해, 사랑해’ 라며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한 것으로 보여 부정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연자는 직접적인 애정 표현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다퉈볼 소지는 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매일 문자를 주고받고 ‘오빠’나 ‘자기’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을 하고 둘이서 영화를 보는 일 등이 반복이 돼 혼인 관계를 파탄시키는 데 기여를 했다면 부정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형법 규정을 보면,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공연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소수에게 개인적 또는 사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 같은 행위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개연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공연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직장상사의 아내가 사연자의 가족 즉 부모, 동생에게 알리는 것은 전파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다만 동료들에게 알린 경우에는 한 명이라고 하더라도 전파 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를 인정을 했습니다.
△법원은 인사부, 감사실 등 감찰 관련 부서에 제한적으로 알리는 것에 대해서는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판례를 보면 교사의 비위에 대해서 학교법인 이사장에게 진정서를 보낸 사안에서도 그가 근무하는 학교법인 이사장 앞으로 제출한 행위 자체는 진정서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사연 역시 직장상사의 아내가 두 사람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인사부나 감사실 등 부서의 감찰 관련 부서에만 진정을 한다면 그 사실만으로는 명예훼손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인사과에 알리겠다.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협박죄 성립여부가 달라집니다. 법원은 고소권자가 권리행사로서 ‘고소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만으로는 협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해악의 고지가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되지만,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사연자의 행위를 빌미로 ‘고액의 합의금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현재로서는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반성을 구하거나 항의하기 위해 ‘진정하겠다.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여 사연의 행동만으로는 협박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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