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발행량 조율·소통 키워야…日처럼 장기채 발행 늘 수도"

by유준하 기자
2024.09.03 05:01:00

[내년 국채발행량 급증 쇼크]②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전화 인터뷰
"세수결손, 국고채로 메울 수밖에…시장과 조율해야"
"30년물 장기채 발행 늘 듯…초과수요 지속은 의문"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결국 재정적자를 국고채로 메우게 되면 정부도 커브(수익률곡선)에 대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필요합니다. 이제는 국고채 공급자로서 시장 참여자들과 만기별 소화 물량에 대해 조율해야 합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30일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서 이같이 밝혔다. 안 교수는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역임했고 금융위기 시절 영국 RBS 퀀트전략본부서 투자전략을 담당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으로 위촉돼 금융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그는 앞서 최근 내년도 국고채 발행량 급증에 대한 시장 충격에 대해 정부와 시장의 소통이 더 면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결국 물량을 소화해주는 역할은 시장”이라면서 “발행물량을 정할 때 PD(국고채전문딜러)들을 모아 설명을 하고 소화가 될지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까지는 예산실에서 내년 예산을 잡아 국고채 발행량이 어느 정도 되느냐 하면서 국채과에 넘기면, 거기서 우리는 시장에 이만큼 찍는다고 이야기하는 구조”라면서 “그런 식으로 할 게 아니라 시장에 만기별로 물량을 어떻게 소화할지 조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미국 재무부는 월가 대형 금융기관 경영진급으로 구성된 차입자문위원회(TBAC)와의 조율을 통해 분기별 국채발행 계획을 결정한다. 한국에도 PD 협의회와 기재부의 소통은 늘 있어왔지만 이번 발행량 급증 시기엔 소통이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 교수는 한국이 일본처럼 장기국채 발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식으로 발행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일본이 30년물 장기채를 과거 엄청 찍은 적이 있는데 한국도 장기물을 많이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30년물의 초과수요가 지속될 지도 의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안 교수는 “주로 보험사나 연기금이 찾는 30년물의 초과수요가 계속해서 유지될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이런 만기구조나 커브도 시장과 협의를 할 필요가 있는데 시장에서 만약 소화가 안 되면 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시장과 소통의 증대는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의 재정적자 지속 문제에 대해선 법인세 축소에 따른 여파와 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꼬집었다. 안 교수는 “전 정부에서 400조원을 늘렸는데 물론 코로나 팬데믹 관련 지출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공무원 채용 확대를 통한 고정적 재정지출 확대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현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법인세를 낮췄는데, 사실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그걸 당근책으로 쓸 수 있었는데도 안 썼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세를 낮출 때 기업들에게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도에 따라 낮춰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가야되는데 그냥 내려버렸다”면서 “지금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발생해 세수 결손이 발생하고 그러다보니 세수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