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24.06.20 05: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쿠팡의 월간 이용자 수가 지난 달 3112만명을 기록했다. 전국에 등록된 세대 수가 2404만호인데 이를 뛰어넘는다. 한 가구(세대) 당 1명 이상이 쿠팡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팬데믹 이후 쿠팡, 마켓컬리,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팬데믹이 끝났어도 아무도 ‘새벽배송’이 주는 편리함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지표는 달라진 소비 행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매달 발표하는 ‘소매판매’는 재화 소비만 통계를 내고 있는데 온라인 판매 비중이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재화 소비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옮겨갔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통계로 집계되는 온라인 소비의 비중이 상당히 낮다.
한국은행의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작년 카드 결제에서 대면과 비대면 비중은 각각 60.1%, 39.9%로 온라인 및 모바일 등 비대면 비중이 40%를 차지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비대면 비중은 34%였으나 2020년 38.8%, 2021년 40.8%, 2022년 40.1%로 확대됐다. 지급결제에는 재화 외에 서비스도 포함돼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재화보다 서비스의 대면(오프라인) 비중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재화만 따졌을 때는 비대면(온라인) 비중이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매판매는 ‘재화 소비’만 보여줄 뿐, 민간소비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서비스 소비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서비스 소비는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내 서비스업 생산을 통해 추정한다. 서비스가 생산됐으니 관련 소비가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다. 1인 가구 증가, 고령층 가구 증가로 구조적으로 재화보다는 서비스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추정이 나오는 상황이라 서비스 소비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 지표는 온라인 소비 비중이 커진 소비 행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재화, 서비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표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내수에 대한 진단도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방한 관광객 증가, 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가 회복 조짐”이라고 밝혔다. 두 달 째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문구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 하고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내수와 관련 ‘완만한 회복’이라고 진단했다. 내수 시장이 부진하다는 것인지, 회복세가 점차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는 좋아진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보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정부가 내수 시장 상황에 맞는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엑스레이 사진이라도 선명해야 하는데 뿌연 사진을 갖다놓고 골절이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만 유발할 뿐이다. 콘텐츠 유통 채널 소비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방송3사만 보고 세상을 바라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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