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2.05 05:00:00
정부가 비과세나 세액감면을 통해 특정계층을 지원하는 조세지출 규모가 올해 77조 1000억원(276개 항목)으로 역대 최대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11% 급증한 수준으로 올해 나라 살림의 12%에 달한다. 2010년대 중반까지 매년 30조원대를 유지했던 조세지출은 문재인 정부 5년간 24조원가량 폭증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각종 감세정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조세지출은 사실상 보조금의 성격을 지니는 일종의 특혜다. 그래서 정책 목적에 정확히 부합해야 하고 타당성도 분명히 검증돼야 한다. 임시투자세액공제, 기업 연구개발(R&D)공제율 상향, 전통시장 카드 이용액 소득공제처럼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도 계속 유지키로 한 항목들이 그런 예다. 이런 조세지출은 투입 대비 효과가 높은 ‘핀셋 감세’로 단기적인 세수감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투자와 소비 활성화를 통해 세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상당수 조세지출은 효과가 불분명한데도 기득권처럼 고착화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종료 예정인 비과세·감면 제도 71개 중 65개가 연장됐다. 중소제조업 지원을 위해 32년 전 도입한 중소기업특별세액공제는 이젠 실적에 관계없이 중소기업 요건만 갖추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최대 1억원까지 감면해 준다. 농어촌 주민들은 농어업용 기자재나 석유류를 구입할 때 획일적으로 부가가치세 등을 면제받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취약계층 지원을 명분으로 도입된 이들 제도가 “효과없다”며 수차례 폐지를 촉구했지만 정치권에 막혀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정 조세지출이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맞물려 특정 수혜층에 당연한 혜택으로 인식되면서 구조조정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이든 농어촌이든 자체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특혜에만 안주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해 국세 수입이 56조원 넘게 덜 걷히는 등 역대급 ‘세수 펑크’로 재정 압박이 심한 상태다. 형평성과 효율성 및 조세정의 측면에서 효과없는 조세지출은 당장 폐지해야 한다. 표심에 급급한 정치권은 각성하고 정부는 조세지출 전반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효과를 엄정히 따져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