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식 “尹정부 통일론은 체제의 통일...2국가론은 헌법위반”[만났습니다①]

by윤정훈 기자
2023.11.27 05:00:00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인터뷰
남북교류협력법, 남북관계발전법 등 만든 대북전문가
북한 9·19 군사합의 다수 위반…이미 실효 잃은 상태
2국가론은 통일 포기 주장…역사적 패배주의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지난 40년 동안 통일정책을 연구해온 대북전문가다. 1984년 공직(행정고시 28회)에 들어온 김 원장은 노태우 정권 때 남북교류협력법을 만들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당시 과장으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해 기록을 담당했다. 2005년 만들어진 남북관계발전법도 그의 작품이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는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공직 퇴임 후에는 10여년간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힘쓰다가 윤석열 정부의 통일연구원장으로 지난 7월 공직으로 복귀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김 원장은 통일부 과장 시절 컴퓨터는 못 믿어도 김천식은 믿을 수 있다고 할 만큼 통일 관련 데이터를 머릿속에 넣고 있는 ‘브레인’으로 유명하다. 통일연구원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빠르게 바뀌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현안 리포트를 작성하라고 주문하는 등 통일연구원을 대북정책 싱크탱크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실제 북한이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다음날 통일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발 빠르게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 원장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김 원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억지, 단념, 대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라며 “핵을 고집할수록 북한 체제가 불안해지고, 경제발전이 안된다는 걸 북한이 깨닫게 되면 정책 전환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구현하기 위한 포괄적 실천방안이다. 이전 정부와 큰 차이점은 정세가 크게 변한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하고 고도화하면서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전 정부는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제재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하는 접근을 했다. 종전선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핵무장을 하고 핵공격 위협을 하고 있는 상황에 신뢰나 평화가 불가능하다. 억제가 우선적 과제일수 밖에 없으며 억제를 강화해 북한에게 핵보유 무용성을 인식시켜 나가야 한다. 제재를 해제해 버리면 북한은 비핵화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제재를 강화해 핵보유가 북한체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게 하고자 한다.

△북한은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맞바꿀 수 없다고 거부했다. 북한이 거부한다고 담대한 구상을 바꿀 이유가 없다. 담대한 구상은 억제와 제재, 대화를 함께 추진하는 종합 플랜이다.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억제와 제재를 강화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경제발전과 핵을 교환하는 지금까지의 협상은 전부 실패했다. 다른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

△핵을 보유했는데 괴롭히지는 않고 경제까지 성장한다면 핵 포기를 안 할 것이다. 불편해야 핵을 내려놓을 생각을 한다. 스텝바이스텝은 핵이 완성되기 전 해법이다.

△북한은 핵이 ‘상수’라고 말한다. 그 생각을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 억제라고 하는 건 핵을 보유해도 쓸모가 없다고 가르쳐주는 것이다. 제재는 핵을 보유하고 있으니깐 경제발전도 안되고 주민 불만이 늘어나서 체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핵을 쓸데도 없고, 체제 불안도 가져오게 한다는 생각을 하면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할 수 있을 거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경제가 나빠지고 주민의 불만이 커지면 체제가 불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핵개발 30년동안 경제는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핵을 고집하면 북한의 미래는 없다.

△북한에서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투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어서 주민을 통제하고 남한말을 쓰지 못하게 한다. 지난 1월에는 남한 말투 사용에 최고 사형으로 처벌하는 ‘평양 문화어보호법’을 만들었다. 이런 법을 만든다는 자체가 북한사회가 변하고 불만이 있다는 걸 반증한다.

△우리가 핵무장 하는 것은 국제 비확산 질서를 이탈하는 것이고,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지금은 한미동맹을 강화해 확장억제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실효적이다. 확장억제 실효성은 주한미군에 의해 보장된다. 주한미군이 있는 한 북한이 핵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평화통일이 우리 목표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고 국제사회도 한반도 통일에 긍정적이어야 한다. 남북관계 변화를 위해서는 개방과 소통, 교류가 필요한데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핵무장함으로써 한반도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도 통일을 가로막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비핵화하고 남북 간의 개방과 소통을 통해 민족동질성을 회복해 나가면서 남북한 주민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통일로 나가야 한다.

△통일은 민족자결권에 관한 사항이다. 민족자결권은 민족 개개인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체제와 정부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주민들에 의해 구성되지 않는 정부는 불법이다. 정부의 행동은 주민의 동의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 정부 구성권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By the peolple’이 가장 중요하다.

△통일은 체제의 통일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로 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공산주의에 의해 통일하겠다고 한다. 정치 체제 차이를 해소하지 않고 통일을 했다가 망한 나라가 예멘이다. 예멘은 체제가 다르고 권력이 통합되지 않은 상태로 통일을 했다가 3년후부터 내전이 발발했고 현재까지 내전이 진행 중이다.

△인민들을 위한 방향으로 체제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한을 보면 분단 후 70년이 지났는데 부의 격차가 일어나고 있다. 분단 직후에는 북한이 더 잘살았지만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그 이유는 체제의 차이다. 남북한은 경제·문화적 배경이 같고, 사람이나 언어가 같은데 다른 것은 체제의 차이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일부 지식인들이 2국가론을 주장하는 가장 큰 명분은 평화를 위해 통일을 포기하자는 것이다. 남북한의 이질화가 심화돼 통일이 불가능하다거나 통일 비용이 과다할텐데 통일할 필요없이 분단 현상을 유지하자는 배경에서 2국가론이 나온다. 2국가론이나 통일포기론은 헌법 위반이다. 그리고 역사적 패배주의다. 8000만 한국인을 패배주의로 끌고 갈 것인가.

△남북군사합의서는 신사협정이고 북한이 위반함으로써 이미 무효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남한이든 북한이든 효력정지한다고 선언했다고 해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많은 합의를 체결했지만 특히 북한에 의해서 다 무시가 됐다. 정찰금지 제한도 북한 입장에서 보면 지키고 한것이 아니라 능력이 안 돼서 안 한 거였다. 군사합의서의 기본 정신은 상호 신뢰 구축과 평화 상태 유지인데 그것을 검증할 정찰 감시능력을 제한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군사합의서와 상관없이 한반도 긴장은 이미 계속 고조됐다. 군사합의를 체결한 지 5년이 됐는데 북한은 그동안 구속당하지 않았다. 남한을 공격할 전술핵 등 핵과 미사일은 더욱 고도화됐고 그것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다. 문 정부 때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온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이다. 해안포도 발사하고 3400회 개방했다. 사실상 계속 위반해왔다. 해수부 공무원이 피격되고,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것도 도발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을 비핵화시킬 의무가 있고, 그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경제교류나 무기거래를 통해 지원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고 북한이 비핵화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를 한반도 평화와 남북 번영의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 구조를 만들어 남북 간 민족정체성을 유지할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남북한 주민이 통일할 생각이 있고 언어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통일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