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닥 드러낸 나라 곳간, 건전 재정은 말로만 하나

by논설 위원
2023.08.16 05:00:00

나라살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8월호)’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올 상반기에만 83조원에 달했다. 매년 상반기에는 적자가 급증하는 패턴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가면 올해 연간으로 적자액이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가채무도 6월 말 현재 1083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0조원 가까이 늘었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 5년간(2015~2019년) 연평균 재정적자는 28조 8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재정수요가 급증해 지난 3년간(2020~2022년)에는 연평균 106조 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일상 회복 첫해인 올해 우리 재정의 최대 과제는 급팽창한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해 연간 적자액 전망치를 지난해(117조원)의 절반인 58조 2000억원으로 줄여 예산을 짰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만 총지출을 1년 전보다 57조 7000억원이나 줄였다. 그러나 초긴축에도 적자가 불어나 심각성을 더해준다.



재정 악화 원인은 세금이 잘 안 걷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걷힌 세금은 218조 2000억원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178조 5000억원으로 40조원 가까이 줄었다. 연간 목표액 대비 징수액의 비율인 세수 진도율이 6월말 기준 44.6%로 지난해 6월말(55.1%)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쓸 곳은 많은데 세금이 부족하다 보니 정부는 그 공백을 한국은행 일시 차입금으로 메꾸고 있다. 정부 일시 차입금 누적액은 7월 말 현재 100조원을 넘었고 이자 지급액만 1100억원이나 된다. 나라 곳간이 바닥나 한은 ‘마통’ 자금으로 재정을 꾸리고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건전 재정으로 복귀하려면 지출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세수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저성장 탈출이 당면 과제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최근 한국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성장 엔진을 재가동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과도한 감세 정책이 세수 기반을 약화시킨 것은 아닌지도 살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