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랑해도 ‘혼전 계약서’ 써야 할까요[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3.07.30 08:07:12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아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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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하면서 서로에 대한 약속, 신뢰의 표시로 혼전 계약서를 쓰는 커플이 많습니다. ‘가사일은 공평히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녀양육은 함께 한다’ 등 같은 공동의 생활 수칙을 정하기도 합니다. 사연은 부부 각자가 결혼 전 소유한 재산에 대해 이혼 후 소유권을 어떻게 할지를 정하는 것인데요. 보통 ‘혼인 전 각자의 명의 재산은 이혼 시 재산분할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양가 부모가 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액 자산가의 경우 자녀가 결혼할 때 부동산 등 상당한 재산을 증여해 줍니다. 혹시 이혼하게 되면 자녀에게 물려준 재산이 사위, 며느리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지만, 혼전계약서를 써서 경제적 손실을 크게 줄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How to Get Rich)’이라는 책에는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 계약서를 써라”는 글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혼전 계약서 내용을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즉, 혼전 계약서의 효력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것입니다.
△혼전 계약서는 결혼 전 체결한 계약이고,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할 때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결혼 전 혼전계약서를 쓸 당시 미래의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즉, 혼전계약서와는 별개로 혼인 기간 중 재산의 형성, 유지, 보존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고 그 비율도 정해지는 것입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쪽은 계약서와는 별개로 자신의 기여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방어하는 입장, 즉 사연의 남편은 결혼 전 자신의 명의 재산은 특유재산이므로 아예 재산분할 청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 혼전계약서에 적힌 남편 명의 재산 목록이 유리한 증거로 쓰입니다. △부부 각자 명의 재산, 급여, 빚이 있다면 어떤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빌린 것인지 이자와 원금은 누가 어떻게 갚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혼인 전 남편 명의로 아파트와 상가가 있는데, 상가를 구매하기 위하여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그 대출 원금과 이자를 아내와 남편의 월급을 모두 합친 공동의 생활비 계좌에서 갚았을 경우, 비록 계약서상으로는 아파트와 상가 모두 남편의 특유재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내가 상가를 취득하는데 자신의 월급 중 일부를 낸 것이므로 상가에 대한 기여도가 인정되는 것입니다. 또한 한 쪽에만 지나치게 유리하거나 사회상규에 벗어난 내용의 경우 혼전 계약서 자체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