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환율 1200원대 안착 가능성 높아"
by하상렬 기자
2023.06.19 05:00:00
원·달러 환율 5월말 대비 55.3원 급락
美 연준 긴축 중단 기대감 영향 커, 기조적 변화 X
결국은 펀더멘탈…"반도체 비롯, 제조업 반등해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지난달 1300원을 크게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서만 50원 이상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원화가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화의 기조적 강세 전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말 환율 하단은 1250원선을 예상했다.
1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전 거래일 종가(1280.5원) 대비 8.6원 내린 1271.9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월말(1327.2원)과 비교하면 55.3원이나 떨어졌다. 환율은 지난 9일 1291.5원을 기록하며 4월14일(1298.9원) 이후 처음으로 1200원대로 내린 뒤, 6거래일째 12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의 이번달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기대감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준은 지난 15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 금리 점도표에서 최종금리 전망을 5.5~5.75%로 50bp(1bp=0.01%포인트) 상향 조정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이에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원화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7월 금리가 25bp 인상될 가능성을 74.4%로 봤지만, 9월 이후부터는 동결 또는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최근 원화 강세가 그간 저평가에 대한 환원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8월 이후 올 초까지 원화의 환율 변화율(전월비)은 다른 통화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다. 34개국 평균 환율 상승률은 4월 0.1%를 기록했는데, 원·달러 환율은 2.9%나 상승했다. 특히 2월엔 환율이 7.4% 올라 34개국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원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가장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반도체 수출이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원화 강세압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최저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흐름을 보였고, 이달까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강세 흐름이 ‘추세적인 가치 재평가’는 아니라고 봤다.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확연히 개선된 것이 아니기에 환율은 언제든지 1300원 구간으로 재진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고금리 상황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지역은행 혼란이나 국내 레고랜드 사태 등이 하반기에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원화 강세가 본격화하려면 글로벌 제조업 수요가 반등해야 하는데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도 “최근 원화 강세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의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원화 강세 흐름은 연말까지 유효할 것으로 봤다. 다만 그 폭은 완만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미국 경기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에서 보면 달러 가치가 급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기에 원화 가치 상승폭 자체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말 종가 기준으로 환율 하단을 1250원 정도로 본다”고 강조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환율이 12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단은 1200원대 중반까지 열려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