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치 1.5→1.2%로 낮춰…비관론 확산[금통위폴]③
by최정희 기자
2023.05.22 05:00:00
성장률 전망, 석 달 전 1.5%에서 0.3%p 내려
반도체 업황 둔화·중국 수출 회복 더뎌
물가 전망, 수요둔화·유가 하락 vs 공공요금 인상·가격 전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0%대 전망도 나왔다. 직전 조사(1.5%)보다 0.3%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다만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로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2%)를 웃돌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만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21일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1.2%(중간값)로 집계됐다. 2009년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위기(-0.7%)를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석 달 전 설문조사 결과에서 기록했던 1.5%보다도 0.3%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교보증권은 0.7%를 제시해 조사 대상 기관 중 가장 낮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은 반도체 중심 수출 부진과 부동산 구조조정 부담으로 정책당국이 전망하는 것보다 낮은 경로가 예상된다”며 “내년 반도체 재고 사이클이 개선된 이후 경기 반등이 예상되지만 탄력적인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대(對)중국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미·중, 한·중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3분기까지 전년동기대비 0%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중 수출은 작년 6월부터 11개월째 전년동월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중국인 입국자 수는 14만422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분기(133만3816명)의 10.8% 수준에 불과했다.
한은도 오는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2월에 제시했던 올 성장률 전망치(1.6%)를 하향 조정할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1%대 초반까지 낮출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성장률 전망치를 1%초반까지 낮출 경우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더 시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유지하며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과 중국향 수출 반등을 기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 등이 제시한 1%대 중반 수준으로 소폭의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3.5%(중간값)로 전망됐다. 석 달 전 전망(3.6%)보다는 0.1%포인트 낮춰 잡은 것으로, 한은 전망치(3.5%)와 같았다. 물가 흐름에는 수요 둔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 하방 요인과 함께 공공요금 인상 및 가격 전가라는 상방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상·하방 요인 중 어느 부문을 더 크게 보느냐에 따라 물가에 대한 인식이 달랐다. 1월 전기요금이 약 9.5% 상승하면서 가격 전가 등 2차 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번 전기·가스요금 5% 인상 이후에도 가격 전가가 활발해질지 관심이다.
반면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4.0%로 석 달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 등으로 빠르게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여삼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은 3분기 2%대에서 안정된 이후 내년까지 목표치(2%)로 수렴하는 과정을 보일 것”이라며 “공공요금과 환율 부담에도 에너지 중심의 재화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