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원가까지 침투한 마약, 이래도 수사에 시비거나

by논설 위원
2023.04.07 05:00:00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집중력 향상에 좋은 음료라며 속여 시음하게 한 뒤 이를 빌미로 부모들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려 한 신종 마약범죄가 발생했다

모두 6건의 피해사례를 경찰이 접수했는데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마약이 일상생활에 침투한 건 오래전의 일이지만 이젠 국내 최대의 학원가에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범죄행각이 벌어졌다는 자체가 이미 우리 사회가 청소년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상실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2016년 마약청정국(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20명 미만)의 지위를 상실한 우리나라는 이젠 마약천국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와 관련된 마약 범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지난달 서울의 한 여중생이 텔레그램을 통해 구입한 필로폰을 투약하다 경찰에 입건됐고 지난해 5월에는 고등학생이 마약 유통망의 총책으로 검거돼 충격을 주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청소년 마약사범은 38명에서 481명으로 13배 늘었다. 이 기간 전체 마약사범이 1.9배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청소년 마약범죄의 빠른 확산을 엿볼 수 있다.



마약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며 늘고 있지만 당국의 대응은 미진하다. 문재인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으로 마약수사 권한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면서 전반적인 범죄 대응능력이 약해졌다. 마약통제에 대한 국가시스템이 무너진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민주당은 법무부와 검찰의 마약단속을 과잉수사라고 비난하며 마약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고 있다. 검경이 마약단속에 집중하는 바람에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궤변을 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최근 이원석 검찰총장이 부산지검 등 6대 지검에 마약 범죄 특별수사팀을 신설하며 강력 조치에 나섰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마약 범죄만큼은 검경이 한몸이 돼 대응해야 한다. 민주당도 마약단속을 더 이상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삼지 말고 마약과의 전쟁에 적극 호응할 일이다. 사회적 인식도 제고해야 한다. 마약을 상류층이나 연예인, 특권층이 즐기는 유흥수단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바로잡고 청소년들에게는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예방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