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 공포' 고조…3월 美 전략자산 집결 가능성[김관용의 軍界一學]

by김관용 기자
2023.01.15 08:00:00

북핵 위협 대응 尹대통령 ''핵무장'' 가능성 언급
국방부, 올해 美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 방안 보고
한미, 내달부터 북핵 겨냥 연합 연습·훈련 본격화
3월 전반기 연합훈련, ''역대급'' 규모 진행 가능성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윤석열이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핵 위협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되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할 수 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이 핵실험 등 핵 위협을 지속할 경우 우리도 차원이 다른 대응을 하겠다는 경고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방부의 연두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이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자체 핵무장론을 제기하시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며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이라는 전제로 우리 생존권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확장억제를 언급하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 역시 “핵보유 가능성은 열어두지만, 현실적으로는 확장억제 강화가 답”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확장억제는 군사용어인 ‘억제’의 확장된 의미입니다. 억제는 상대국가가 군사공격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자국이 강력한 방어역량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과거 냉전 체제 당시 핵 경쟁을 벌일 때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이기든 그 전쟁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억지 개념입니다.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군사전략적으로 더 구체화한 용어입니다. 미국의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처럼 동일하게 응징타격한다는 개념으로 미 군사력을 동맹국에 확장해 제공한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은 핵우산으로 한국의 핵위협에 대응해준다고 1992년 약속했습니다. 당시 핵우산 공약이 나온 이유는 1992년에 한국이 비핵화 선언을 했기 때문인데, 미국은 1978년에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했다가 1992년에 완전 철수하면서 한국을 상대로 핵우산 공약을 공표했습니다. 이후 한국이 좀 더 강력한 핵억제 조치를 미국에게 요구한데 따라, 2006년부터 핵우산 공약이 확장억제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의 확장억제 개념은 미국의 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능력을 활용해 적대국을 억제하고 동맹을 방위하겠다는 공약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지난 해 11월 한미 국방장관 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는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 능력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해 11월 3일 오후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소재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함께 방문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 전략폭격기의 능력과 작전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같은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을 구체화 하기 위한 한미간 협의체는 여럿 존재합니다.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국방부는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한 분야별 한미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미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한 분야는 △정보공유 △협의체계 △공동기획 △공동실행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유는 북한 핵 관련 정보공유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미 핵 전력 배치와 운용에 대한 정보 역시 공유하는 것입니다. 협의체계는 북한 핵 사용 위협 대비 한미 위기관리 협의시스템을 발전시키겠다는 얘기입니다.

공동기획은 북한의 핵사용에 대비한 한미 공동의 억제전략과 작전계획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올해 내로 ‘한미맞춤형억제전략’(TDS)을 개정하기로 하고,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 이를 교란·파괴 시키는 개념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공동실행은 북한 핵사용 위협 대비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을 확대하고, 북한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TTX(모의연습) 정례화와 미 전략자산 전개빈도 및 강도를 확대한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한미 연합연습과 훈련은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미국의 핵 전력 뿐만 아니라, 한미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 외교·정보·경제(DIE)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연습을 포함합니다.

지난 2016년 3월 경북 포항 인근 해상에서 열린 한미 연합 상륙훈련 ‘쌍룡훈련’에서 미 해군 강습상륙함 ‘본험 리차드함’에서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는 올해 최소 3차례 이상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해 확장억제 공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협의하고, 미 핵사용 의사결정 과정에 우리측 입장이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이같은 계획에 따라 당장 다음 달 부터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이 미국에서 진행됩니다. 5월에는 정책적 수준을 넘어서 군사적 부분의 운용연습도 예정돼 있습니다.

3월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전반기 한미연합훈련에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 전략자산의 집결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실제로 이와 연계해 한미 해병대의 ‘쌍룡 연합상륙훈련’이 이뤄집니다. 이 훈련은 경북 포항일대에서 2년에 한 번씩 열렸지만 지난 정부에서 사실상 폐지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훈련을 재개해 기존 여단급 규모에서 사단급 규모로 확대해 시행한다는 구상입니다.

또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 20여 개도 전반기 한미연합훈련과 연계해 과거 ‘독수리 훈련’(Foal Eagle) 수준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북한의 핵 위협 고조에 따른 남북한 군비증강 가속화로 2023년 한반도는 ‘화약고’가 될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