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2.12.22 05:00:00
전세사기의 피해자가 2030세대에 집중됐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하나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로 의심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거래 106건의 피해자 중 30대(50.9%)와 20대(17.9%)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주택난이 심한 서울(52.8%)과 인천(34.9%)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 지역의 젊은 세대가 집중 타깃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전세사기 의심거래들은 피해 원인을 임차인의 부주의와 정보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10곳의 법인이 연루됐을 만큼 수법이 대담하고 조직적이며 혐의자 42명 중 임대인(59.5%)외에 공인중개사(14.2%)모집책(9.5%)이 포함됐을 정도로 여럿이 함께 사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정보 사각지대의 소외 계층과 주거 불안에 몰린 경제적 약자를 먹잇감으로 삼은 범행이 치밀하게 반복적으로 자행된 셈이다. 빌라 1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숨진 이른바 ‘빌라왕’은 이런 범죄의 대표적 주범 중 하나일 뿐이다.
전세사기 거래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돌려막기식으로 빌라를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임차인들은 이런 내용을 알 수 없고 계약 만료 후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한다. 전세보증금은 임대인과 중개사,모집책 등이 나눠 가진 상태라 제대로 돌려받을 수도 없다.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워야 할 젊은이들이 주거 해결의 마지막 사다리마저 졸지에 날리게 된 것이다.
강도같은 흉악 범죄와 전세사기는 다를 게 없다. 젊은 세대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고 빈곤층을 절망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반드시 엄단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지난 15일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지원을 약속한 데 이어 그제 법무부·국토부의 첫 TF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예방·감시 및 정보 교환 등을 위한 관련 부처와 금융 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