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20년 허송세월…'교육'·'일자리' 두마리 토끼 잡아야
by양희동 기자
2022.10.06 04:30:00
[지방소멸 위기]
노무현 정부부터 20년, 최근 10년간 14조원 투입
10조원 지방소멸대응기금…지자체 ''나눠먹기'' 우려
균형발전 위해 지역대학 육성과 대기업 유치 필수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 주요대학과 대기업 등을 세트로 (지방 이전)해야한다”고 재차 밝히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략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3년부터 20년 간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해왔고, 최근 10년간 특별교부금과 혁신도시 지원 등으로 14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집중현상은 계속 심화돼, 2019년 이후 수도권 인구는 전체 50%를 넘어섰다.
정부는 올해부터 또다시 향후 10년간 매년 1조원씩(총 10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방재정공제회는 지난 8월 인구감소지역 89개와 관심지역 18개 등 총 107개 지방자치단체에 최소 28억원에서 최대 210억원의 기금(2022~2023년분)을 첫 배분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제출한 계획들은 관광·축제·귀촌 지원 등 기존 사업과 다르지 않아, 기금 ‘나눠먹기’에 그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인구감소지역 중 지방소멸대응기금 최고등급인 ‘A’(210억원 지원)를 받은 △전남 신안군(섬살이 교육전문센터 ‘로빈슨 크루소 대학’ 구축) △충남 금산군(힐링·치유형 위케이션 및 농촌유학 거점조성) △경북 의성군(청년창업 지원을 위한 ‘청춘공작소’ 조성) △경남 함양군(돌봄·교육·문화·일자리 위한 함양 누이 센터 건립) 등 4개 지자체도 외부 인구를 유입할 차별점을 찾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나눠먹기식 예산 배분보다는 지역대학 육성 등 교육여건 개선과 대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 본사나 연구개발(R&D)시설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선 미국과 같이 지방세 면제나 부지 무상 제공 등 파격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올 2월 경기 이천시에서 충북 충주시로 본사·생산공장을 옮긴 현대엘리베이터가 주목할만한 사례다. 연매출 2조원 규모 대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인구 20만명의 충주시에 인구 및 세수 증가 등 지역 활성화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또 최근 충청북도·충주시 등과 지역인재 발굴·육성을 위한 협약을 맺고, 충주 소재 국립대인 한국교통대와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개발·운영하기로 했다.
김사열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방은 출산율이 낮아서 소멸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교육여건과 일자리를 따라 수도권으로 이동한 결과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파격적인 세금혜택을 주고 특구 지정을 통해 각종 규제를 없애는 동시에, 지방거점국립대 등 지역대학을 지원해 연구개발 능력을 서울대 수준으로 높여 나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