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년째 제자리' 국가기술자격 수험료 인상 추진
by최정훈 기자
2022.09.15 04:30:00
고용부, 국가기술자격 검정 수수료 인상 검토
시험 원가 분석 진행…8년째 검정 수수료 동결
고물가에 시험장·위원 섭외·관리 어려움 가중
“인상 필요성 인정…재정당국과 협의할 예정”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8년째 제자리걸음인 국가기술자격 시험의 검정 수수료 인상을 검토한다. 그간 국가기술자격 시험은 치솟은 물가에도 낮은 수수료를 유지하며 시험장부터 시험위원 섭외와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부담을 가중하는 데다, 재정당국의 물가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어 인상이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4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 국가기술자격 검정 수수료 원가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기술자격 시험 준비 등에 필요한 원가를 분석하고, 검정 수수료 인상의 필요성 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국가기술자격은 산업에 필요한 기술, 기능, 서비스를 검정해 인증하는 제도다. 기술사부터 기능장,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 등으로 이뤄진 시험의 대부분 종목은 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고 있고, 일부 종목은 대한상공회의소 등 다른 기관에서 진행한다.
취업, 승진, 창업에 도움이 되는 국가기술자격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7년 198만1746명 수준이던 응시자 수는 지난해 248만9336명으로 50만명 이상 늘었다. 지난해 최종 자격 취득자 수도 83만 9751명으로 2017년(67만7761명) 대비 16만1954명이 증가했다. 제도 첫 시행인 197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총 3194만 4726명에 달한다.
국가기술자격에 대한 인기에도 산업인력공단에서 관리하는 종목의 검정 수수료는 2014년 이후 8년째 동일하다. 필기시험의 경우 △기술가 6만7800원 △기능장 3만4400원 △기사와 산업기사 1만9400원 △기능사 1만4500원 등이다. 실기시험의 경우 별도의 작업을 통해 검정을 받은 경우 10만원 대부터 면접을 보는 경우 8만원, 필답형은 2만원 등 다양하다.
검정 수수료 동결로 시험 관리의 어려움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시험장, 시험위원 섭외, 관리 등의 환경은 계속 열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2018년부터는 검정 수수료를 통한 산업인력공단의 수입이 지출에 못미쳐 적자 상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전보다 시험장이나 시험위원 섭외 등을 늘려야 했지만, 현재 수수료 수준으로 쉽지 않았다는 고 현장 관계자들은 토로했다. 이에 산업인력공단의 국가기술자격에 대한 관리 부실 문제는 잊힐 때쯤 다시 불거지는 단골 논란거리 중 하나가 됐다.
최근 치러진 산업안전기사 시험에선 정답 관련 오류 문제가 불거졌고, 소방기술사 시험에서는 시험장에서 다른 과목의 시험지가 미리 배부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토목시공기술사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에게 토질및기초기술사 시험지를 배부하는 일도 벌어졌다.
검정 수수료 인상 필요성에도 쉽게 인상 결정을 못 하는 이유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부담 가중이 꼽힌다. 실제로 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국가기술자격 검정형 필기시험 접수 인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19세에서 34세 청년층 접수자가 전체 접수자의 51%를 차지했다. 응시목적은 ‘취업’이 51.7%로 가장 높았고, 이 중 48.7%가 독학으로 시험을 준비한다고 응답했다.
검정 수수료 자체가 정부의 물가 관리 대상에 포함되는 것도 인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워드 프로세스 1급 등 일부 국가기술자격을 관리하는 대한상의는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지난해 7개 종목의 응시 수수료를 2년 만에 인상했지만, 산업인력공단의 검정 수수료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해 인상이 쉽지 않다. 특히 지난해에는 고용부도 인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기재부와 협의에 나섰지만, 청년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인상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 국가기술자격의 원가 인상 폭이 커 올해 연구용역을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고용부도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원가 분석 자료를 가지고 필요한 수수료 인상 폭에 대해 재정 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