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2.07.27 05:01:00
정부가 무분별한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 대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예타 면제)요건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이 149개, 120조 1000억원에 달하면서 재정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건전성 악화를 부추겼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타 면제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사업 중 국방 관련, 도로 등 노후시설 개선 ,재난 예방을 위해 시급한 사업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문 정부의 면제 규모는 이명박 정부(61조 1000억원)박근혜 정부(25조원)의 2배~4.8배에 이른다. ‘묻지마’식 남발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문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은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하다”는 구실을 앞세워 추진된 비중(76.5%)이 다른 정부보다 유독 많은 게 또 다른 특징이다. 이명박 정부(33.1%)박근혜 정부(24.1%)의 비중을 압도한다.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비 13조 7000억원)이 대표적이다. 13조 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아동 수당 지급과 코로나19 초기의 전국민 지원금 등 현금성 복지 지원 역시 타당성 평가를 생략한 채 밀어붙였다.
이달 초 재정전략회의에서 긴축을 공언한 윤 정부가 예타 면제에 메스를 가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하다. 국가채무가 25일 기준 1043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도 문 정부식의 퍼주기 예타 면제를 계속한다면 재정 건전성 회복 약속은 빈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이런 다짐이 헛구호로 끝날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장과 각 부처 장관들이 공약 실천 등을 이유로 예타 면제를 앞다퉈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기획재정부 등이 예타 제도의 신속성과 유연성은 높이되 총사업비 규모는 1000억원으로 상향조정한다지만 핵심은 실천 의지에 달려 있다. 국정 수행 지지율이 30%대 초반에 머무는 등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윤 대통령과 정부는 선심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급격히 불어난 국가 채무로 대외신인도에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재정 고삐마저 바짝 조이지 않는다면 나라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