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김용현 당근마켓 대표"'한국판 페북' 나올 때 됐죠"

by윤정훈 기자
2021.09.13 05:05:00

2015년 '판교장터'로 시작해 전국 확대
6년 만에 국내 중거거래 대표앱에 등극
美·英·日 등 해외서 중고거래 서비스 시작
시리즈D 1789억 유치로 기업가치 3조원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뛰어넘을 것"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업이 아닌 단일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어요.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 같은 회사가 한국에서도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당근마켓 본사에서 만난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밝힌 포부다. 최근 1789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를 잘 마무리했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 영국 등 해외지사와 줌(Zoom)으로 회의를 하고 채용 면접에 참가하고 신규 서비스 론칭에 투자자들 미팅까지 김 대표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라다.

김 대표는 “소셜미디어 서비스 하나로 세계를 주름잡은 페이스북처럼 당근마켓도 현재 비즈니스로 더 많은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며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로서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당근마켓 본사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당근마켓)
당근마켓은 2015년 카카오를 퇴사한 김 대표가 김재현 공동대표와 손잡고 만든 ‘판교장터’로 시작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 지역의 중고물품 거래를 중개했던 앱은 6년 만에 국내 중고거래 대표앱에 등극했다. 지금은 중고거래 시장을 넘어 지역소식을 들려주고 일상에 도움을 주는 ‘로컬 슈퍼앱’이 됐다.

전국단위 서비스를 시작했던 2018년 1월 50만명이던 당근마켓 이용자는 2019년 180만명, 2020년 480만명이 됐고, 올해는 1500만명을 넘어섰다. 가입자수도 2100만명에 달한다. 한국 사회에 ‘당근 열풍’을 일으키며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에게 당근마켓의 성장 비결과 해외 진출 준비에 대해 들어봤다.

“당근마켓은 동네 이웃, 소상공인, 지자체 등 지역 내 공동체의 ‘연결’이라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안겨 주었고, 그 결실이 곧 이용자 분들의 관심으로 이어지며 국민 앱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을 연결하다보니 이제는 전국 6577여곳 지역 공동체의 ‘정’이 깃든 공간이 됐다.”

“처음에는 판교에서만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희는 인터넷 2세대다. 1세대는 네이버(이해진)와 카카오(김범수)를 창업하신 분이다. 2세대 창업 세대 중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방탄소년단(BTS)도 나왔고, 영화 기생충도 성공했다. 한국 스타트업도 역량이 쌓였고, 해외 좋은 회사에서 일하거나 경험이 많은 인재도 늘었기 때문에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당근마켓은 2019년 영국에 중고거래를 중개하는 캐롯(Karrot·당근마켓 해외서비스명)을 론칭한 이후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까지 총 4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성장하는 모습이 6년 전 당근마켓의 초기와 닮아 있어 잠재력이 크다.”

“가장 큰 경쟁사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다. 마켓플레이스 사용자 수는 10억명이 넘는다. 장기적으로 당근마켓을 글로벌 20억명이 사용하는 앱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물론 자본이나 인력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 한 번에 오픈할 수 있는 구조로 앱을 바꾸고 있다. 구글맵은 전세계를 연결했고, 네이버지도는 국내만 보여준다. 당근마켓은 구글과 같은 구조로 앱을 바꾸고 있다.



미국의 넥스트도어도 경쟁사로 꼽힌다. 넥스트도어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중고거래로 넓혔고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로 시작해 커뮤니티로 확장한 점이 다르다. 체류시간이나 앱 시행횟수 등 지표를 보면 넥스트도어는 당근마켓의 절반도 안된다. 당근마켓 사용자들은 한 달 체류시간은 2시간 2분이다. 모바일 분석 플랫폼 ‘앱애니’ 조사 결과 전 세계 중고거래 서비스와 비교해도 최상위 수준의 평가(7월 기준)를 받았다. 투자자들도 이런 수치가 어떻게 나오는지 큰 관심을 보였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당근마켓 본사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당근마켓)
“좋은 투자자일수록 그런 조건이 없다. 창업자를 믿고,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준다. 시리즈D 리드 투자자인 DST글로벌은 보팅(투표) 권한까지 위임해서 저희가 사업을 주도적으로 키울 수 있게 했다. 간섭해봐야 효과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도와줄 수 있는 부분만 도와주는 식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했다. 첫째는 개발구조인데 프로필, 지역, 게시글, 채팅 등 서비스를 모듈화시킨 덕분에 한 개의 서비스를 만드는데 2주면 가능하다. 둘째로 문화적인 면도 신경 쓰고 있다. 2~3명의 개발팀이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자와 프로덕트매니저(PM),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단위 팀은 직접 목표를 설정한다. 경영진과는 분기에 한 번씩 목표 워크숍을 통해 팀의 목표를 회사의 방향에 맞춰 조정하고 보완만 한다.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만큼 검증을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채용 과정도 오래 걸린다. 보통은 나의 손발이 돼 줄 사람을 뽑는데 당근마켓은 당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뽑으라고 담당자들에게 이야기한다. 한 분야에서만 뛰어나면 된다. 이런 직원들이 잘 조합되면 ‘어벤져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IT 서비스가 돈을 버는 방법은 광고와 커머스다. 한국 커머스 시장은 다섯 번째로 크기도 하다. 당근마켓은 전국 단위 서비스를 하는 쿠팡이나 네이버와 달리 로컬 커머스를 지향한다. 예를 들면 우리 동네 반찬가게에서 내가 반찬을 편하게 살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당근마켓 앱을 통해 거래를 하고, 매장에서는 픽업할 수 있도록 하고 동네 주민의 리뷰도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든다면 가게 마케팅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비즈 프로필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동네 가게의 모바일 프로필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벌써 31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만약 다른 동네까지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들여 원하는 동네에 광고를 하면 된다.

시리즈D 투자 = 스타트업의 비즈니스가 확립된 후에 해외 진출 등을 위해 대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는 단계. 투자 규모가 수천억 단위로 크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자들이 함께 참여한다. 사실상 IPO(기업공개) 등 엑시트(자금 회수)를 앞둔 마지막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