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미래 성장동력 잡자”…대기업들 바이오 매물 눈독
by김연지 기자
2021.08.11 01:30:00
바이오 매물 인기…새 시장 진출·사업 시너지
대상, 중국 라이신 업체 청푸그룹 지분 인수
CJ제일제당, 천랩 인수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휴젤은 누가…GS·CBC컨소시엄, 인수 추진 중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주목받자 국내 대기업들이 바이오 매물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분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음은 물론 뷰티·건강기능식품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지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최근 중국 라이신(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동물 사료 첨가제로 많이 활용) 생산판매업체인 ‘청푸그룹(흑룡강성복식품집단유한공사)’ 지분 32.87%를 265억원에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 확대에 나섰다. 청푸그룹은 사료첨가제용 아미노산 제조기업으로, 라이신과 트레오닌, 사료첨가제용 비타민 B2 등을 제조하고 있다.
라이신에 대한 대상그룹의 관심은 지난 197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대상그룹은 국내 최초로 라이신 제조에 뛰어들었다가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관련 사업을 독일 화학 기업인 바프스에 넘겼다. 이후 2015년이 되어서야 독일 바프스가 백광산업에 매각한 라이신 사업 부문을 되찾아왔고, 생산량 확대·원가 경쟁력 강화 등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육류 소비 및 저단백 배합사료 증가에 따라 라이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출자로 중국 내 제조 기반을 마련하게 된 만큼, 아미노산 등 식품 바이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고 했다.
바이오 기업에 눈독을 들인 곳은 대상뿐이 아니다. 바이오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역대 최고치의 영업이익을 낸 CJ제일제당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특화 기업 ‘천랩’ 지분 44%를 983억원에 확보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통해 그린바이오(농수산·축산·식품)·화이트바이오(화학)에 이어 레드바이오(의료)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보유한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 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에는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 분야로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들이 바이오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휴젤에 대한 시장 관심도 크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삼성과 신세계가 일찍이 발을 빼면서 국내에선 GS그룹이 인수 유력 후보로 남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GS그룹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와 손을 잡고 휴젤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 와중 중국 대표 헬스케어 및 의료 펀드 운용사인 CBC그룹도 인수전에 힘을 쏟아 붓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CBC그룹은 최근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컨소시엄에는 한국 투자사가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휴젤 지분 44.4%에 대한 현재 인수가는 약 20억달러(2조3000억원)로 추산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업계에선 휴젤이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통해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한다. 특히 뷰티 사업을 영위하는 일부 대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이러한 바이오 기업 지분 인수와 관련해 “코로나19로 바이오 산업이 확실한 미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실제 최근 기업들의 분기 실적만 봐도 바이오 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는 등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관련 매물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