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원 "책 한권으로 얻은 카페…진심은 결국 통하더라"

by이윤정 기자
2018.09.18 00:17:15

'틀린 삶이 어딨어' 출간
청년문화기획단체 '꿈톡' 수장
물물교환으로 카페 운영권 얻어
"틀린삶은 없어…타인의 채점에 흔들리지 말길"

강주원 씨는 “자신의 삶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불행한 것 같다”며 “누군가의 삶에 채점을 매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진=이담북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캐나다 청년 카일 맥도널드는 ‘빨간 클립’ 한 개로 물물교환을 시작해 총 14번의 교환 끝에 집 한 채를 얻게 됐다. 가진 건 빨간 클립 한 개가 전부였던 그가 1년 만에 2층 집의 주인이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 청년의 마음을 흔들었다. 최근 ‘틀린 삶이 어딨어’(이담북스)를 출간한 강주원(31) 씨는 2년 전 ‘책 한권’으로 물물교환을 시작해 대치동의 한 카페를 얻었다. ‘그게 되겠어?’라는 주변의 우려를 보기좋게 불식시킬 수 있었던 건 ‘진실한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매번 새로운 일을 펼칠 때마다 ‘네 삶은 틀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그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4년 5월, 불특정 다수의 청년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매번 무료로 대관해주는 곳을 물색하다가 ‘우리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생겼다. 당장은 돈이 없었다. 그때 ‘빨간 클립’ 이야기가 생각났고 곧바로 ‘물물교환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겼다. 강 씨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책 ‘우리는 부끄러운 청춘으로 살 수 없다’(나비의활주로)가 첫 시작이었다. SNS를 통해 책은 곧 스크래치 엽서로, 찻잔 세트로, 디퓨저세트로, 그림으로 바뀌어갔다.



“물건의 가치가 올라가니까 부담스러웠는지 점차 교환율이 떨어졌다. 그림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두달이 걸렸다. 그러다 그림은 소파로 교환이 됐고 첼로를 거쳐 ‘고프로 액션캠’과 맞바꿨다. 액션캠을 올리니까 물물교환 하고싶다는 지원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하하. 맨투맨 티셔츠 100벌과 바꾸자는 사람도 있었다.”

액션캠을 고가의 중고 시계와 교환한 후에는 6개월 가량 진척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션의 팟캐스트 ‘기부스’에 출연해 홍보도 해봤다. 그러다 기회는 뜻밖의 순간에 찾아왔다. “어느날 ‘꿈톡’ 모임을 자주했던 카페 사장님이 불러서 지금부터 너희가 이 카페를 운영해보라고 하더라. 지금까지 해오는 걸 지켜보니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렇게 시계는 카페와 교환이 됐고 꿈에 그리던 카페를 얻게됐다.”

강 씨는 청년들의 고민을 나누고 소통의 장을 만드는 ‘꿈톡’의 수장을 맡아 5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개최하는데 매달 60여명의 사람들이 모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토로하는 고민의 유형은 크게 두가지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난다’는 것. 이들을 위해 얼마 전부터 1인당 5000원씩 기부를 받아 40만원을 ‘액션지원금’(꿈 지원금)으로 주고 있다.

“예전에는 나도 무엇이 옳은 삶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누군가의 삶은 틀리고 맞는 게 없다. 그저 각자의 삶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왜’라는 질문은 스스로 하는 거다. 타인의 채점에 흔들리지 말고 각자의 생각에 따라 옳은 삶을 살길 바란다.”

강주원 작가(사진=이담북스).
‘꿈톡’의 강연 모습(사진=강주원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