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환수제' 피해 막바지 속도전…벌써부터 파열음 '곳곳'

by원다연 기자
2017.12.25 05:30:00

초과이익환수제 내달 3일 부활
막바지 관리처분총회 러시
속도 우선하며 무리하게 추진하다
추가분담금·감정평가액 놓고 갈등

△서울 주요 재건축 조합들이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속도전을 내면서 단지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다음달부터 시행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이하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 단지 조합들이 연말도 잊은 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환수제 적용으로 수억원대의 부담금을 물 수 있는 서울 강남에서는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성탄절도 아랑곳 않고 조합 총회를 진행하는 단지까지 등장했다. 재건축사업 추진 단지마다 속도전을 벌이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조합원 분담금 규모 등을 놓고 벌써부터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25일 올림픽파크텔에서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한다. 이튿날인 26일에는 이 단지와 인접한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와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조합이 관리처분인가를 위한 총회를 연다. 28일에는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조합이 관리처분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말을 꽉 채워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이 바쁘게 관리처분총회에 나서는 이유는 환수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환수제 유예기간을 연장하거나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담은 관련 개정안 3건이 모두 폐기됐다. 이로써 환수제는 추가적인 유예 없이 이달 말 유예 기간을 끝내고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사업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제도를 도입해 2012년까지 적용된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2014년까지 2년간 한 차례 유예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3년간 추가로 시행이 유예됐다.

환수제를 피하려면 내년 1월 2일까지 재건축 조합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당초 시한은 이달 31일이었지만 이날과 그 다음날(1월 1일)이 휴일이어서 2일까지 밀린 것이다.



잠실 진주아파트 등은 총회 이후 곧바로 지자체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를 접수해 환수제 적용을 피한다는 계획이다. 28일 총회를 여는 한신4지구 조합 관계자는 “총회를 거쳐 바로 다음날인 29일 서초구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그러나 재건축 추진 단지마다 ‘속도’가 최우선이 되면서 관리처분인가를 서둘러 진행했던 단지들 가운데 벌써부터 조합 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관리처분계획에는 감정평가액과 사업비 추산액에 따른 분담금 등 조합원의 재산과 관련한 가장 민감한 내용들이 담기는데, 조합이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위해 조합원들 간의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여서다.

지난달 30일 관리처분총회를 통해 계획안을 가결하고 인가 신청까지 마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는 지난 5월 건축심의 통과,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속전속결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단지는 사업시행인가 이후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통상 60일 걸리는 조합원 분양 신청을 30일로 대폭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조합원들이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받아든 분담금은 당초 조합이 제시했던 것의 2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뛰었다. 경남아파트 43평형을 소유한 조합원이 재건축을 통해 46평형을 분양받을 때 추가로 내야하는 비용은 당초 2억5100만원에서 4억4257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 단지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연내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목표로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공사비 인상 등의 내용까지 서면결의로 이뤄졌다”며 “당초 조합이 제시했던 것보다 분담금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크지만 환수제를 피해야 한다는 게 우세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오는 26일 총회를 앞둔 반포주공1단지에서도 감정평가액을 놓고 조합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32평형 소유 조합원이 42평형 소유 조합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정평가액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면서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데도 환수제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이번 총회에서 계획안이 가결될 것 같다”면서도 “일부 조합원들이 감정평가액의 적정성을 놓고 소송에 나설 경우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사는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에 속도를 낸 단지들은 대부분 이후에 설계변경 등의 작업을 다시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사업비 증가로 분담금이 늘어나면 조합원 불만 폭발과 그에 따른 사업 지연 등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