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F2015]한성열 교수 "열불나는 세상, 여성의 화(火)를 잠재워라"

by채상우 기자
2015.10.12 02:55:00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한국 여성들은 지금 무척 화가 나있다.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화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오죽하면 화를 내는지 이유를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라. 여성들의 마음 속에 있는 화의 원인이 보일 것이고 결국 그 모든 화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0일 세빛섬에서 열리는 세계여성경제포럼 치유파티에서 연사로 서는 한성열(64·사진)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야말로 열불나는 사회”라며 한국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화(火)’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다. 한국 여성들에게 화는 그저 그런 감정의 변화가 아니다. 그들에게 화는 병이다. 실제 정신의학에서도 화병을 정의하고 있으며, 전체 화병 환자의 70%가 여성인 만큼 여성에게 화는 병이며 치료해야 할 대상이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사진=한성열
한 교수는 여성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회가 여성의 화를 키웠다고 말한다. 그는 “남성 위주의 사회는 여성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여성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임신, 육아, 신체적 한계를 장애처럼 여기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아울러 여성은 감정적이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여성을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로 치부해 버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현상은 나이가 많은 남성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이성적이라고 판단하는 생각 대부분이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발현된 것으로 시대와 맞지 않으며 상식과 동떨어진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태도는 여성을 포함한 상대에게는 잘못된 생각을 강압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한 교수는 덧붙였다.

이해받지 못하는 사회로부터 병든 여성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기 위해서는 이해할 줄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해는 대화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방통행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 교수는 “자기 중짐적인 사람의 경우 상대를 이해하라고 하면 말미에 꼭 ‘근데..’를 붙인다. 백번 양보해 이해하는 척은 할 수 있지만 절대 이해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무비판적으로 상대를 수용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안하는 대화 방법은 “오죽했으면”이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근데”라는 말로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려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우선은 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상대방 스스로가 잘못된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감정적 압박으로 인해 틈이 없는 마음으로는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한 교수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 교양까지 몸이 아프거나 이상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응급처치 방법이나 식습관 등을 꾸준히 가르친다. 하지만 마음이 아픈 경우를 대비해서는 그 어떤 것도 가르쳐주고 있지 않다”며 “마음을 치료하는 방법과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방법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음을 치료하는 교육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지난 12일 ‘생활상담협회’를 설립했다. 생활상담협회에서는 전문 심리 상담가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상담가 양성에 힘쓸 계획이다. 또한 문턱이 높았던 심리 상담을 누구나 편하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선다.

한 교수는 “여성을 포함해 사회로부터 상처 받은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누군가가 나의 말을 듣고 상처를 회복하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면 그를 통해 더 큰 행복을 나 또한 얻게 된다”고 전했다.

2015 세계여성경제포럼(WWEF) 세부 스케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