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NOW] 킨더모건, 마스터 합자회사의 흥망(上)

by이정훈 기자
2014.08.28 06:00: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원유와 천연가스를 직접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분야의 엑손모빌과 쉐브론에 견줄 만한 또 하나의 에너지업계 `공룡`이 탄생했다. 원유와 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하고 저장하는 미드스트림(Midstream)에서 활약하는 킨더 모건(KMI)이 그 주인공이다.

◇ 혁신 또 혁신..“폐허 위에 쌓은 제국”

지난 10일 킨더 모건 에너지 파트너스와 킨더 모건 매니지먼트, 엘파소 파이프라인 파트너스 등 가족사 3곳 지분 전량을 700억달러에 매입해 하나의 회사로 합치겠다고 발표한 킨더 모건의 덩치는 부채를 포함해 총 1400억달러(약 145조원)에 이르게 된다.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는 1위, 에너지 업계 전체에서도 3위로 도약했다.

킨더 모건 가족사들의 기존 지배구조. 이번 딜로 이 4개사가 하나로 뭉치게 된다. (자료= 킨더 모건 IR 자료)
확 커진 덩치도 덩치지만, 이번 딜에서 더 주목받는 부분은 바로 킨더 모건이라는 기업의 혁신성이다.

1997년 리처드 킨더 현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과 그의 대학 친구 윌리엄 모건이 공동 설립한 킨더 모건은 역사상 최악의 분식회계로 파산으로 내몰린 엔론(Enron)사의 파이프라인을 인수한데서 출발했다.

엔론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던 킨더 회장은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이 파이프라인이 사양산업이라 생각치 않았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폐허(엔론) 위에 쌓은 제국(킨더 모건)”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킨더 모건이 맞은 두 번째 기회는 마스터 합자회사(MLP)였다. 미국내 에너지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미 정부가 지난 2001년 MLP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자 킨더 모건은 이를 활용해 기업구조를 변신시켰고, MLP의 선구자라는 호칭을 얻었다.

일반적으로 MLP는 원유와 가스 운송과 저장시설 등 실물자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자회사인 운영회사를 통해 보유하는 이원적 구조
킨더모건의 최근 5년간 자본지출 규모와 증감율 추이(단위: 백만달러, %, 자료= SEC 공시자료)
로 설립된다. 이 때문에 MLP는 이익을 전달하는 통로(pass-through) 정도로 인식돼 세금납부 주체가 되지 않는 만큼 법인세도 내지 않는다. 특히 이같은 MLP는 지난 2006년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덕에 급격히 성장하게 됐다.

대부분 에너지 인프라 기업들이 이에 안주하고 있는 상황에 킨더 모건은 또 한 발 앞서갔다. 13년만에 이 MLP 구조를 스스로 벗어던진 것이다.

◇ 나눠먹기의 한계..“투자만이 살길”



혁신적인 전략으로 높은 성장을 구가하던 킨더 모건의 발목을 잡은 건 MLP 구조가 가진 나눠먹기에 있었다.

법인세를 물지 않는 대규모 이익을 거둬가는 쪽은 일반 주주가 아닌 회사 설립때 자금을 댄 유한책임사원(LP)들에게 고스란히 배당으로 돌아갔다. 성장성 둔화에 실망한 주주들은 킨더 모건측에 회사를 구조조정하거나 성장시킬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라며 압박을 가했다.

킨더모건의 분기별 주당순이익(EPS)과 현금배당 증감 추이(단위: 달러, 자료= SEC 공시자료)
실제 지난 2010년 10억600만달러로 창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킨더 모건의 자본지출(Capex) 규모는 2011년 12억달러, 2012년 20억2200만달러, 그리고 지난해 33억6900만달러로 빠르게 늘었다. 최근 2년간 자본지출 증가율이 60%를 웃돌았다.

그러나 LP들에 대한 과도한 배당이 투자를 가로 막았다. 최근 5년간 킨더 모건의 배당 증가율은 평균 77%에 육박하며 6.47%인 산업 평균과 4.21%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7P)500지수 전체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다. 배당성향도 150%에 근접하는 엄청난 수준이다. 배당에 몰두하다보니 지속적인 현금 창출을 위한 투자에 쓸 돈이 남아나질 않았다.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키울 수도 없었다.

미드스트림은 큰 자본이 들어가는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자본비용이 경쟁적이지 않으면 부채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MLP는 회사 덩치가 커지고 경영을 책임지는 무한책임사원(GP) 부담이 커지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기존 킨더 모건(푸른색)이 엘파소(붉은색) 인수 이후 확대한 미국내 파이프라인 현황 (자료=미국 에너지정보청)
이제 킨더 모건은 법인세 면제의 이점을 스스로 포기하면서까지 또다시 회사를 키워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킨더 회장도 이번 딜 발표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MLP 구조를 벗고 네 회사를 하나로 합치면서 배당과 비용 등을 줄일 경우 앞으로 추진할 수 있는 프로젝트 규모도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회사를 하나로 합침으로써 자본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14년간 200억달러 정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킨더 모건의 파이프라인은 8만2000마일 수준으로 북미에서 최대다. 원유와 석탄 등을 저장하는 터미널도 180곳에 이른다. 그러나 킨더 회장은 “이제부터 M&A를 통해 경쟁사들과 그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겠다”며 “이를 통해 미국의 에너지 르네상스를 최대한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제 킨더 모건은 `주주에 의한, 주주를 위한 경영`(run by shareholders, for shareholders)이라는 기업 모토에 걸맞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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