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직구토크]100세 시대 자산관리, ETF로 시작하자

by성선화 기자
2014.06.28 06:00:00

지수 올라도 '레버리지 ETF' 마이너스나는 이유? 일복리 효과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코스피가 1900포인트일때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5억원을 투자한 거액 자산가가 상담을 왔다. 그는 “레버리지 ETF는 지수가 1배 오를 때 2배의 수익을 낸다고 해서 투자를 했는데, 왜 지수가 2000선인데도 마이너스 수익률이냐”고 문의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투자한 시점보다 지수가 100포인트나 올랐으므로 수익률은 이보다 2배 더 나야 맞다. 하지만 그의 ETF 투자 수익률은 되레 마이너스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이는 그가 레버리지 ETF의 ‘복리효과’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만약 우상향하는 시장에서 지수와 연동돼 수익률이 나오는 KODEX200에 투자했다면 그의 가설은 맞다. 하지만 그가 투자한 것은 이보다 변동성이 2배나 큰 레버리지 ETF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익률은 산정기준이다. 투자자가 투자한 ‘기간’에 대한 2배가 아닌 ‘투자한 날’의 하루 동안 수익률을 계산한다. 따라서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은 매일매일 새롭게 산출된다. 전날 2배의 수익을 냈더라도 그 다음날 4배의 손해를 봤다면 결국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새로운 수익률이 산출된다. 이는 월복리 적금과 같은 원리다. 월복리 적금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그 전달까지 납입한 원금과 그에 대한 이자가 다음날 원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ETF의 복리효과를 모른 채 지수가 낮을 때 투자했다고 마냥 안심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5억원을 그냥 묻어둔 고액자산가처럼 아무리 지수가 올라도 손해를 볼 수 있다.

ETF는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합쳐놓은 투자수단이다. 잘만 활용하면 주식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펀드의 번거로움을 없앤 ‘일거양득’의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잘 활용하려면 그만큼 정확히, 제대로 ETF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주 ‘직구토크’의 주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ETF 투자다. 이를 위해 국내 ETF 전문가들을 모셨다. ETF 상품을 개발·공급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김현빈 ETF전략팀장,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 FICC리서치센터 최창규 차장 그리고 ETF 발행 및 유통시장을 감독하는 KRX 한국거래소의 김은정 유가증권시장본부 상품마케팅팀 대리다. 지난 25일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 모인 이들은 “국내 ETF 시장은 아직 꽃피지 않은 블루오션”이라며 “특히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려면 투자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투자수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김현빈(왼쪽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 EF전략팀 팀장, 김은정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품마케팅팀 대리,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차장
▶=추상적인 금융상품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다. 특히 ETF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펀드와는 또 달리 기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할 개념들이 있다. 예를들면 유동성공급자(LP)라든지 지정참가회사(AP)라든지 등이다. 솔직히 LP가 ETF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해준다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LP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주식 거래를 생각해보자. ‘사자’와 ‘팔자’가 몰려 거래량이 많은 종목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종목도 있다. ETF의 유통시장도 마찬가지다. 거래량이 많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 때 중간에서 적절한 수준의 거래가 일어나도록 조정을 해주는 역할이 바로 유동성공급자 LP의 역할이다. 주식은 ‘팔자’ 주문을 내면 반드시 ‘사자’ 주문을 내는 상대편이 있어야 하지만 ETF는 LP가 ‘팔자’는 주문에 사기도 하고 ‘사자’는 주문에 팔기도 한다.

▶=그렇다면 LP가 시장참여자를 대신해 유통시장에 개입한다는 뜻인데, 이를 위해선 LP가 ‘돈이 많아야’ 될 것 같다.

▶=그렇다. 현재 모든 LP는 증권사다. 증권사는 LP의 역할을 하면서 LP 보수라는 것을 받고, 한국증권거래소(KRX)에서도 LP가 제 역할을 잘 하다도록 보조금을 준다.

▶=우리투자증권도 LP 역할을 하나? 지정참가회사(AP)란 또 뭔가.

▶=물론 우리투자증권도 LP의 역할을 한다. 동시에 AP의 역할도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설명하겠다. 고래밥, 새우깡, 콘칩 등 평소에 먹고 싶은 과자를 묶어서 ‘맛난 과자 ETF’ 상품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담배도 아무데서나 파는 것이 아니라, 팔 수 있도록 허가가 난 곳에서만 팔듯, 이 ETF 상품도 아무데서나 팔지 않는다. 지정참가회사(AP)란 고래밥, 새우깡, 콘칩 등을 ‘맛난 과자 ETF’ 상품으로 교환해 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니까 고래밥, 새우깡, 콘칩 등을 AP에 들고가서 ‘맛난 과자 ETF’로 바꿔달라고 하면 이 상품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과자로 설명을 하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렇자면 ETF의 가격은 고래밥, 새우깡, 콘칩 등의 가격을 모두 합쳐 숫자로 나눈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ETF의 가격 산정에서 개별 종목의 가격은 큰 변수는 아니다.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한다. ETF를 구성하는 종목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서 계산한다. 이것이 바로 ETF의 순자산가치(NAV)가 된다. 예를들어 상장기업 200개를 대상으로 한 코스피200 ETF의 경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2%에 달한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이다. 코스피200 ETF의 가격에는 다른 종목들에 비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훨씬 많이 반영돼 있다. 개인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려면 한 종목당 100만원 이상이 들지만 코스피200 ETF에 투자하면 훨씬 더 저렴한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ETF 투자시에 중요한 점은 고래밥, 새우깡 등 ETF를 구성하는 종목들일 것 같다.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PDF라는 게 있다던데….

▶=PDF란 ETF설정을 위한 납입자산구성내역(Portfolio Deposit File)을 의미하는데, 해당 ETF를 구성하는 자산의 종류, 수량 등에 관한 세부사항이 명시되어 있으며, 장종료 후 자산운용사가 작성해 한국거래소를 통해 공시한다. ETF의 대상종목은 매우 다양한데, 국내외 주식 및 채권은 물론 금 ·은·석유 등 원자재와 통화가 될 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특정 산업분야나 삼성, 현대차 그룹 등 특정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도 있으며, 국내 주식중 고배당 주식이나 대형주를 위주로 구성된 종목 등 현재 총 161개 종목이 상장되어 있다. ETF의 이름을 보면 어떤 자산을 담은 ETF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정확한 상품내역은 한국거래소나 자산운용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ETF 투자 얘기를 좀 해보자. ETF가 주식과 펀드의 장점만 섞은 ‘참 좋은’ 투자수단이라고들 한다. 개인적으로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에 투자해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좋은 투자수단인지는 모르겠다. 막상 투자를 하보려고 하니 너무 막막하다.

▶=먼저 ETF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반드시 ETF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ETF에 대해 내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 다른 수단들도 충분히 쓸 수 있지만, ETF를 활용해서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최근 해외 ETF가 관심을 끄는 것도 분산투자를 위해 해외투자를 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니즈가 생기고 있지만 이에 부응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일본 레버리지ETF를 국내 최초로 상장한 것도 이런 맥락인 것 같다. 하지만 일본 레버리지ETF에 투자하기에 앞서 일본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일본이란 국가 자체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데 해당 국가의 지수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큰 것 같다.

▶=옳은 지적이다. 이번에 일본 레버리지ETF를 국내 최초로 상장한 것은 아베노믹스의 법인세 인하가 적어도 올 연말까지도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토픽스는 지난 한해동안 50% 상승했다. 선진국이지만 변동성이 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본 아베노믹스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나치게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다고해서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되긴 어렵다고 본다. 단기 처방에 그칠 수도 있지 않은가.

▶=시장 전망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올해 연말까지 일본 ‘인버스’ ETF를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 시장이 하락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해외 ETF에 투자하려면 해당 국가에 대한 시장 전망이 선행돼야 하는 것 같다. 이미 선진국은 많이 올랐고, 이제는 신흥국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한다.

▶=신흥국 증시 투자토 ETF를 통해 가능하다. 중국시장 관련 ETF는 2007년부터 여러 운용사에서 이미 상품을 선보였고, 지난 5월에는 20여개 해외 유망 신흥국의 우량종목 관련 지수인 MSCI EM Index를 추종하는 상품이 출시되었다. 26일에는 인도거래소 우량주에 투자하는 상품도 선보였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해외 ETF들이 국내에 상장될 예정이다. 최근들어 확실히 해외 ETF 투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ETF 투자에서 세금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15.4%의 보유기간과세라는 게 있다. 게다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금 측면에서는 국내주식형 ETF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주식형 ETF는 보유기간과세가 없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만약 국내 주식형 ETF에 투자를 한다고 치자. 주식 고수들은 목표가와 손절가를 잡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ETF도 마찬가지인가? ETF에도 목표가와 손절가가 있을 수 있나.

▶=당연하다. 다만 투자자들에게 ETF의 가격이라는 종목의 시세처럼 익숙하지 않아 잘 와닿지 않을 뿐이다. 국내 주식형 ETF의 구성 대상이 각각의 개별 종목들임을 상기한다면 당연히 투자 시나리오는 필요하다.

▶=개별 종목도 손절가를 잡기 힘든데 ETF는 더 힘들 것 같다.

▶=굳이 구체적인 손절가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주식처럼 마이너스 10%면 손절을 한다든지, 자기만의 원칙을 정하고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

▶성=주식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가 배당 수익인데, ETF도 배당수익이 발생하나.

▶=ETF에도 배당수익이 있다. 개별주식의 배당금에 해당하는 개념을 ETF의 분배금이라고 하는데, 분배금을 지급하기위해 자산운용사는 사전에 분배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투자자를 정하는 기준일을 설정하는데, 주식형 ETF의 경우는 매년 1월,4월,7월,10월, 그리고 12월의 마지막 거래일이 기준일이고 그 밖의 대부분의 ETF는 12월 마지막 거래일이 분배금지급기준일이다.

▶=그렇다면 코덱스200, 킨덱스200 등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의 분배금은 똑같은가.

▶=그렇지는 않다. 운용사마다 분배금이 각각 조금씩 다르다. 연도별로도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하게 코스피200를 추종한다면 분배금을 많이 주는 자산운용사의 ETF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분배금은 ETF 투자를 위한 참고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분배금을 얼마나 줄 것인지는 사후에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보다는 해당 ETF의 시가총액이나 거래량이 얼마나 많은지도 중요하고, 운용보수가 얼마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ETF를 정리해보자. ETF 투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먼저 국내와 해외를 구분하고, 그 다음으로 주식과 채권을 구분해서 각각 얼마만큼의 비중을 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 다음 해당 비중 만큼의 투자할 ETF 상품을 결정하는 게 좋다. ETF 상품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원하는 자산 배분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적절하다.

▶=그렇다면 펀드, 주식, 회사채 등에 직접 투자할 필요없이 ETF만으로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ETF라는 투자 수단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현재 펀드로 나와있는 대부분의 상품이 ETF로도 나와 있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매달 꾸준히 연금을 붓듯이 투자하는 것도 노후를 위한 좋은 대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