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재호 기자
2014.03.24 06:00:00
중국산 무상표 저가형 태블릿 ''화이트박스'' 비중 40% 육박
태블릿 판가 및 부품가격 교란, 삼성 1위 도전에도 악영향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상표를 부착하지 않은 저가형 태블릿PC 제품인 일명 ‘화이트박스’의 올해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글로벌 태블릿PC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 제조업체들도 판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태블릿PC 판매량은 3억1720만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화이트박스는 1억2370만대(3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에서 팔리는 태블릿PC 10대 중 4대가 브랜드도 확실치 않은 저가형 제품인 것이다. 지난 2010년 전체 태블릿PC 시장에서 6% 정도에 불과했던 화이트박스 비중은 5년새 5배 이상 급증했다.
정윤성 디스플레이서치 코리아 대표는 “39%라는 수치는 연초에 보수적인 기준으로 추산한 것”이라며 “연말에 실제 판매량을 집계하면 40%를 훌쩍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화이트박스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LCD 패널과 D램, 낸드플래시 등 태블릿PC 제조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부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박스 유통 물량이 급증하면서 기존에 시장을 주도해 왔던 업체들은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1위인 애플의 올해 태블릿PC 판매량은 8000만대로 전년보다 6.6%가량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2위인 삼성은 6000만대로 전년 대비 4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화이트박스에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점유율 3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레노버(1600만대) 등 중국 업체들도 자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박스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
태블릿PC 제조업체뿐 아니라 부품 생산 업체들도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일부 부품 생산 업체들이 화이트박스 제조업체에 패널과 D램, 낸드플래시 등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가격이 하향 평준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품 수급 예측도 어려워졌다. 주요 부품 생산 업체들은 태블릿PC 신제품 출시 일정 등에 맞춰 생산량과 재고 관리를 하지만 화이트박스 제조업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일관성 없이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트박스 제조업체들은 필요한 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부품을 주문한 뒤 재고가 생기면 이를 다시 돌려보내기 일쑤”라며 “화이트박스 판매량이 늘면서 부품 업체들이 판가 하락과 수급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