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걷는 카드업계-여신협회, 왜?

by이준기 기자
2014.01.29 06:00:00

카드업계 "용역업체 선정 불투명"..협회 "어불성성"

[이데일리 이준기 김보리 기자] 카드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여신금융협회가 오히려 카드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어 주목된다. 카드사들은 협회가 신용카드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불투명하게 용역업체를 선정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협회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정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카드사 부서장급 회의를 열고 신용카드 종이전표 수거사업을 추진하고자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란 단체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기존 VAN사에 위탁한 용역을 중단하고 공동수거 사업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중소기업청 산하에 있는 사단법인으로 ‘전표 수거시스템’을 개발한 한국정보텍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금까지 전표수거는 각 카드사에서 사업을 위탁받은 VAN사의 몫이었다. VAN사는 전표 수거 및 보관의 대가로 장당 30원을 챙겼다. 이는 VAN 대리점 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주 수익원 중 하나였다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VAN사들이 협회의 결정에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신용네트워크란 단체가 카드업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아 업무를 수행할 조직이나 인력이 갖추고 있는지 여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협회가 종이전표 수거비용을 절감하려는 조치인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관련 위험에 대한 책임은 카드사가 져야 하는 구조인 만큼 (카드사로서는) 별 이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협회가 특정업체를 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앞서 협회는 지난해 2월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단말기 보안사업자에 ‘큐테크플러스’란 업체를 선정했는데, 이 회사의 대표가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의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런 형태의 사업 추진은 명백한 짬짜미(담합)가 아닌가 싶다”며 “사업자 선정 과정도 불투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카드사들의 주장에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입찰을 진행한 결과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가 매입 단가를 제일 적게 써내 선정했을 뿐이라는 반응이다. 또 큐테크플러스 역시 단말기 보안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로 금융당국의 집적회로(IC) 카드 전환대책에 부합해 선정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다만 큐테크플러스의 대표가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의 사내이사였는지는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전표매입 수거 작업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이어져 오히려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카드업계가 본인들의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반면 카드사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경제 발전 이바지라는 여신협회의 존립 근거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