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보험이 진화한다

by신상건 기자
2013.06.11 06:00:00

고령화 전용·횟수 제한없는 암보험 등장
"암환자 100만명 육박 등 수요 증가 영향"
저금리 장기화로 저축성→보장성으로 U턴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무한보장 암보험이 등장했다. 가입 나이와 보장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데다 횟수에 제한 없이 암을 보장해주는 상

품까지 나왔다. 암이 불치의 병에서 생활 속 질병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변화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001450)은 지난 3일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계속받는 암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와 공동 개발했고, 기존의 상품과 달리 횟수에 상관없이 임 진단 때마다 최대 2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앞선 지난 4월 삼성생명(032830)도 7년 만에 암전용 상품인 ‘삼성생명 암보험’을 내놨다. 보험기간을 15년 주기로 갱신하도록 설계해 잦은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신한생명과 라이나생명 등 중소형 보험사들은 61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위한 전용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암을 진행 단계별로 나눠 보험금을 다르게 주는 일명 ‘스테이지 암보험’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암보험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의료기술 발달로 5년 생존률이 64.1%로 높아지는 추세다. 즉 소비자들에게 암은 시한부 사망선고가 아닌 만성질환으로 인식되면서 관리의 중요성이 커져 암보험 가입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기존까지 판매했던 암보험은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발생한 암까지만 진단금을 줘 보장에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재보험사와 함께 위험을 공유하면서 점차 높은 위험의 담보를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저성장·저수익이라는 ‘3저(低) 현상’에 갇힌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에 부담을 느껴 암보험을 비롯한 보장성보험 판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생명보험사들의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저축성보험과 보장성보험의 비중은 63%대 37%로 쏠림현상이 심했다.

저축성보험은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에 이자(공시·예정이율)를 붙여서 돌려줘야 하는데 시장금리가 하락 기조이면 운용수익이 떨어져 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면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질병 등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한 보험금을 내줄 필요가 없어 금리 하락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생보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있는 한 보장성보험의 판매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보장하는 담보가 세분화되면서 진단금이 줄어들거나 특약에 가입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도 나와 소비자들이 가입 전에 보장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