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13.02.27 01:28:36
삼성·퀄컴, 모바일 AP 두고 고객사 잡기 신경전
인텔도 모바일로 변신‥"모바일이어야 사는 시대"
[바르셀로나(스페인)=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스마트폰이 손안의 PC로서 역할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두뇌’라 불리는 모바일 반도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스마트폰이 더 세련되고 빨라지려면 PC의 중앙처리장치(CPU) 격인 AP 경쟁력이 좋아야 한다. 세계 각지에서 모바일 관련 1700여개 업체가 모여든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MWC 2013’에서는 스마트폰 두뇌를 둘러싼 소리없는 전쟁이 이어졌다.
개막 이튿날인 26일 오전(현지시간) MWC 2013의 메인전시장 3번홀 중심부 퀄컴의 부스에는 유독 줄이 길게 늘어섰다. 퀄컴의 최신 AP ‘스냅드래곤 800’을 통해 홈시어터를 시연한 영화관이었다. 영화관에서는 스냅드래곤 800 기반의 태블릿PC와 연결된 초대형 울트라HD TV에서 영화가 흘러나왔으며, 기자가 낀 헤드폰에서는 마치 콘서트에 온 듯 쿵쾅거리는 음질이 느껴졌다. 너무 실감나서 헤드폰을 살짝 빼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냅드래곤 800은 AP에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칩까지 담은 원칩이다. 둘을 하나에 담으면 스마트폰 디자인에 그만큼 도움이 된다.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퀄컴은 원칩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모바일 절대강자다.
퀄컴은 원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듯했다. 삼성전자(005930)의 AP ‘엑시노스’와 비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의 퀄컴 관계자는 “더 예쁘게 스마트폰을 디자인할 수 있으며, 전력소모도 더 적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AP 점유율이 74%에 달하는 강자이지만, 아직 원칩을 내놓진 않았다.
2번홀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스에는 기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비공개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공간이어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메모리·LED·디스플레이 등으로 나눠 손님들을 맞았다.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많은 고객사들로 분주해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AP를 두고 삼성전자와 퀄컴이 벌이는 장외 신경전도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PC 시장을 호령했던 인텔도 모바일로 변신을 택했다. ‘인텔과 함께하는 모바일 경험’을 슬로건으로 퀄컴 맞은 편에 부스를 차렸다. 아수스·에이서 등 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된 아톰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인텔 관계자는 “스마트폰 AP에서도 곧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인텔은 이미 PC에서 모바일로 체질을 바꾸고 있었다.
엔비디아도 7번홀에 부스를 차리고 AP에 LTE 통신칩까지 담은 원칩 ‘테그라4i’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테그라4i 기반 태블릿PC와 연결된 84인치 울트라HD TV에서도 무리없이 태블릿PC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엔비디아 측은 사실상 독점 체제인 퀄컴을 대신할 수 있는 원칩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로드컴도 자체 AP를 담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2’ ‘갤럭시그랜드’ ‘갤럭시듀오스’ ‘갤럭시페임’ 등을 전시했다. 현장의 브로드컴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모두 모이는 MWC가 AP 사업을 위한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시스템LSI 시장을 노리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도 비공개 미팅룸을 마련해 모바일 관련 고객사들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