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율 심상찮네..금융위기 수준 `훌쩍`
by이현정 기자
2012.05.30 08:00:00
신한·삼성·롯데 등 올 1분기 연체율 2%대로 급등
경제사정 더 나빠지면 부실화 급격히 진행 `우려`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30일자 2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신용카드 대출의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진 서민들이 카드론으로 몰리면서 지난 1분기(1∼3월) 연체율이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었다.
카드업계는 아직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카드론 연체자 중 다중채무자와 저신용층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사정이 더 나빠지면 부실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올 1분기 연체율은 2.42%로 전분기 대비 0.41%포인트, 전년동기 대비론 0.58%포인트 급등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자산 중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추정손실액도 전분기 대비 22%(500억원) 늘어난 281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의 연체율도 2%대를 넘어섰다. 롯데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2.11%로 전년동기 대비 0.15%포인트 상승하면서 작년 9월(2.10%)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총 취급고가 1조3000억원 줄고,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비중이 떨어졌는데도 연체율은 오히려 상승하면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카드는 전년동기 대비 0.2%포인트 오른 2.8%로 카드업계에서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은행에서 분사한지 1~2년 된 KB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의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KB카드는 0.43%포인트 오른 1.49%, 하나SK는 무려 0.87%포인트나 뛴 2.26%를 기록했다. 카드 분사를 계획 중인 우리은행의 1분기 연체율도 0.75%포인트 오른 2.42%에 달했다.
전업카드사(7개)와 겸영은행(13개)을 포함한 전체 카드사의 연평균 연체율은 지난 2006년 0.1%까지 떨어졌다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엔 1.8%로 치솟았다. 이후 2년간 1%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작년부터 다시 상승 반전하고 있다.
아직 카드사들의 1분기 연체율이 공식적으로 집계되진 않았지만 대표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대부분 2%를 상회하고 있어 전체 카드업계의 평균 연체율은 2008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카드 연체율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2%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다시 들썩이고 있는 이유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고금리의 카드론으로 몰린 것도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악재가 겹치면서 돈을 못갚는 회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카드론 심사를 강화하고, 대손충당금도 충분히 쌓아놓은 만큼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도 “카드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연체율은 최대 5%정도로 보고 있다”며 “그 동안 연체율이 너무 낮았던 탓에 상대적으로 급등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카드론 연체자중 2곳 이상의 금융회사에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나 저신용층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그리스 사태를 비롯해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부실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중채무자의 연체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엔 서민들이 카드론보다 금리가 더 높은 대부업과 사채시장으로도 내몰리고 있어 가계부실이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