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머징 DNA로 월가에 승부 걸겠다"
by이정훈 기자
2012.04.30 09:40:00
`첫 한국인 헤지펀드` 드림트리캐피탈 장훈준 대표
"내달부터 韓서도 영업..해외투자-헤지펀드 관념 바꿀것"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30일자 10면에 게재됐습니다. |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한국 헤지펀드의 월가 도전이라는 역사의 한 줄을 쓰고 있다는 책임과 사명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이머징 DNA`를 바탕으로 최고의 무대인 월가에서 승부를 걸어 보겠다."
지난 1일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공식 자산운용업 면허를 취득하고 월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남짓된 드림트리캐피탈 장훈준 대표의 출사표는 이렇게 사뭇 진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한국계 재미교포들이 만든 헤지펀드들은 꽤 있었지만 장 대표처럼 한국인이 미국으로 건너와 회사를 세운 건 처음있는 일이다. 또 연방정부로부터 면허를 받고 공식 등록된 헤지펀드는 더더욱 처음이다.
◇ "이머징 DNA로 승부"..맨파워-사업모델도 기대미래에셋의 두바이 및 인도법인에서 일했고, 지난 2009년부터 바로 작년까지 미래에셋 미국법인장을 맡으면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꿈을 키워 온 장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를 시작한 순수 국내파다. 그 때문에 자신의 실패가 한국에서 월가 도전을 노리는 후배들의 꿈을 깨선 안된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고 했다.
| ▲ 드림트리캐피탈 장훈준 대표(가장 왼쪽), 최영철 부회장(가운데), 장희정 C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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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 내내 월가에서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제 성장과 자산의 축적, 고령화 등 선진국 출신들은 경험해 보지 못한 급격한 경제와 사회 변화상을 체험하면서 쌓인 `이머징 DNA`가 강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시장인 중국이나 인도 등은 과거 한국이 경험했던 빠른 변화를 따르고 있는데, 정작 미국 출신들은 이머징 국가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며 "이머징 국가에서 자랐고 글로벌 시장까지 경험한 우리가 더 넓은 안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만만치 않은 이력을 가진 직원들의 면면을 보면 장 대표가 가진 낙관론에 수긍이 간다. 메릴린치자산운용과 세계 최대 헤지펀드 관리회사인 시트코(CITCO)에서 선진 노하우를 쌓은 최영철 부회장이 회사 설립에 의기 투합했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런던, 뉴욕에서 운용을 맡아온 장희정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팀에서 활약한 이수창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리서치팀장도 힘을 보탰다.
이를 토대로 드림트리캐피탈은 최근 미국에서 각광받는 헤지펀드 모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새 미국에서는 SEC에 공식 등록돼 감독당국의 규제를 충실히 지키면서 고객들이 이해 가능한 상품을, 투명한 전략으로 운용해 안정적 수익을 내는 헤지펀드들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 장 대표는 SEC 면허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드림트리도 이 원칙들을 철저하게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초우량 기업에 투자..절대수익 추구"그는 "주요 투자대상은 이미 검증된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로, 이들 기업이 이머징 마켓 등지에서 만들어내는 장기 성장의 수익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하되 이에 투자하면서 발생하는 시장 위험은 매크로 모델을 통해 헤지함으로써 안정적 절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전통적인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의 절충 형태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드림트리는 무작정 덩치만 키우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장 대표는 "우리는 크고 영향력 있는 회사보다는 작으면서도 강한 회사가 되고 싶다"며 "훌륭한 운용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절한 규모의 자금이 넘을 경우 펀드를 클로징하는 과감한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컨셉에 대해서는 소비 관련주와 헬스케어, 정보기술(IT)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더 먹고, 더 쓰고, 더 입는` 쪽으로 가는 이머징 국가의 성장 스토리에 부합하는 게 소비 관련주이고, 경제력을 가진 노년층과 지속적인 혁신이 만들어 내는 헬스케어와 IT분야의 성장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컨셉에 맞는 글로벌 기업 15~20개를 투자 풀(pool)로 삼아 심도깊은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 내달부터 한국 영업.."헤지펀드 성장도 낙관"이미 미국인과 한국계 재미교포 등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운용을 시작한 드림트리는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한국에서도 자금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장 대표는 이달말부터 2주일간 한국으로 건너가 증권사, 운용사 등과 면담에 나선다. 그는 "우리와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진취적인 의향이 있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게 이번 출장의 가장 큰 목표"라며 기대를 표시했다.
헤지펀드가 한국에서는 아직도 초기 단계지만 장 대표는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주춤하긴 해도 한국에서 자문사 붐이 일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한국의 자문사 모델은 아주 바람직했지만 너무 작은 한국 시장에 너무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이 문제였던 만큼 우리처럼 고객에게 특화된 상품으로, 방대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의 자문사 비즈니스는 이제 성장의 출발점에 섰다"고 점쳤다.
이와 함께 장 대표는 해외투자와 헤지펀드에 대해 만연된 고정관념도 바꿀 필요가 있다며 미약하나마 이런 변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시장 비중이 60%를 넘는 상황에서도 우리의 해외투자는 이머징 마켓에 너무 치우쳐 있고, 헤지펀드에 대해서도 고위험 상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으로 저성장과 저금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도 기대 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