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①]유영숙 환경부 장관 “간절함으로 소통했다”

by이지현 기자
2012.03.29 06:0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수장이 여성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아직 비주류다. 세상이 바뀌어도 출산과 육아 등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데일리는 사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당당한 인적자원으로서 기여할 부문이 적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여성리더 30인에게 듣는다’ 를 연재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나의 길’을 도모해 성공한 여성 리더가 풀어내는 삶의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청문회에서 호된 통과 시험을 치렀죠. 비리의 온상으로 몰아가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하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책 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사진=권욱 기자)


유영숙 환경부 장관(58)은 10개월 전 장관 후보자 시절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소망교회 억대 헌금, 정치인 남편의 대기업 입사·억대 상여금 의혹이 연이어 불거졌다. 어떤 의원은 자진 사퇴를 권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모두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며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하니 쉽사리 내려놓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관 자리는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도, 하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물러설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또 숙였다. 유 장관은 “그때의 간절함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눈을 반짝였다.



험난한 청문회가 끝나자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북 칠곡군 미군 기지 고엽제 매몰 파문이 터졌다. 환경부 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취임식 다음날 곧바로 칠곡을 찾았다. 유 장관은 성난 주민과 맞닥뜨렸다.

환경부의 조사 착수 이후 칠곡 농산물의 판매는 급감했고 경제적 타격을 입은 주민이 환경부 장관을 향해 울분을 토했다. 살벌함은 청문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하지만 피하지 않았다. 유 장관은 ‘내 아이가 칠곡에 살고있다는 생각으로 난제를 해결하겠다. 믿고 기다려 달라’고 진심을 전했고 주민의 마음도 차츰 누그러졌다.

유 장관의 남편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조그맣고 연약한 여자가 갔으니 그랬을 거다. 만약 건장한 남자가 갔다면 계란이라도 맞고 돌아왔을 것”이라는 일화가 전해진다.

유 장관의 강단있는 면모는 정책 집행에서도 드러난다. ‘생화학자가 환경에 대해 뭘 알겠느냐’는 비난에도 굴하지 않았다. 아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매듭을 풀어나갔다.

자동차를 폐차할 때 심각한 유해 화학 물질이 방치돼왔다. 초기 비용 투입이 불가피해 정부도 선뜻 나설 수 없는 일이었다. 유 장관은 대형 자동차업계 대표를 찾아갔다.   자동차는 팔고 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업체에게 ‘미래의 환경도 생각해야 된다’고 설득했고, 84%에 그쳤던 자동차 재활용률을 95%까지 끌어올리는데 드는 비용을 자동차업계가 부담하는데 동의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