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안랩 대표 "국내 1위, 세계로 무대 넓힌다"

by이유미 기자
2012.03.27 11:00:00

창립 17주년을 맞이한 안랩..본격적으로 해외시장 진출
집중력 있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강점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안랩(구 안철수연구소(053800))은 1995년 `IT 보안`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할 때 보안 사업에 뛰어들었다. 보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안랩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봤다. 보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먼저 알고 17년 동안 보안사업이라는 한우물을 팠다. 그 결과 안랩은 국내 보안업계 1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보안기술도 확보했다.

이제 무대를 넓히는 일만 남았다. 보안 기술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 받는 것이 안랩의 새로운 도전이다.



판교 안랩 사옥에서 만난 김홍선 대표()는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가장 큰 시장인 미국부터 공략할 계획"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통하는 메시지, 상품 기획, 기술 개발 등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는 끝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안랩은 소극적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일본에서는 관제 사업과 모바일 보안 사업을, 중국에서는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트러스가드` 시리즈 제품을 선보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단순하게 제품을 현지화해 판매했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었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사업모델부터 새롭게 짰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안랩은 진출하려는 나라에 맞춰 상품을 새롭게 기획했다. 김 대표가 글로벌사업본부장도 맡아 글로벌 사업도 직접 관리한다.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는 해킹 수법인 `지능형 지속위협(APT, Advanced Persistent Threat)` 공격 대응 솔루션을 한국에 출시하기에 앞서 미국에서 먼저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APT 솔루션 `트러스와처 2.0`은 미국의 기업 보안 상황과 시장에 맞게 디자인됐다. 해외에 수출하는 온라인 뱅킹 서비스 역시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다른 서비스로 만들었다.

그 결과 안랩은 미국 시장 첫 진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월에 참가한 세계 최대 보안 컨퍼런스인 `RSA 2012`에서는 5000명 이상이 안랩 부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는 안랩을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으로 보고 있다"며 "신생기업임에도 기술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랩은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을 지난해 8%에서 올해 10%대로 확대하고 오는 2015년에는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처럼 안랩의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인정 받기 시작했음에도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것이 해외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보안업계는 기업의 신뢰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안랩은 현지에서 협력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안랩은 세계적인 보안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기술력과 브랜드를 함께 알리는 전략을 짜고 있다.



사명에서 창업자인 `안철수` 의장의 이름을 빼고 해외에서도 기억하기 쉬운 `안랩`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RSA와 같은 국제 컨퍼런스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보안 제품과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여러분의 오랜 동반자가 되겠다`라는 인식을 해외 협력사에 심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대형 보안기업보다 빠르게 보안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강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랩은 해외사업을 강화하면서 국내 1위 보안업체로서 역할도 다할 계획이다. 안랩은 국내 1위 보안업체로 안랩의 성과와 행보가 곧 국내 보안산업의 미래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위로서 부담감보다 자부심을 먼저 느낀다"라며 "국내 보안산업을 안랩이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해 다양한 보안사고를 겪으며 국내 보안산업은 국산 솔루션이 지켜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악성코드와 바이러스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문화와 성향을 반영해 보안 위협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가를 우리 군대가 지키듯이 보안도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며 "앞으로 모든 산업과 사회가 IT 기반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IT 보안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안랩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지역의 `보안 맹주`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보안기업은 서구화된 사업전략으로 아시아의 특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의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만 제대로 된 보안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고, 안랩이 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국내사업을 강화하며 김 대표는 안랩을 연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988억원으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기술만 있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매출 1조원 목표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충분히 이룰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매출 1조원 목표 달성 시기가 아니라 안랩이 창업 정신인 `영혼이 있는 기업`을 유지하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3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로 설립됐다. 창업자인 안철수 안랩 이사회의장(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88년 서울의대 박사과정 시절 백신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0년 6월 `안철수연구소`로 사명이 변경됐다가 지난달 `안랩`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기업을 상대로 보안 컨설팅-솔루션-관제 등의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개인용 제품으로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인 V3 제품군으로 유명하다.

1960년 생인 김홍선 대표는 서울대 공대 학사와 석사, 퍼듀대학교대학원 전기공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김 대표는 IT 네트워크와 보안 전문가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았다. 1996년 `시큐어소프트`를 설립했으며 2007년 시큐어소프트의 네트워크보안사업부문이 안랩에 인수되면서 김 대표도 안랩으로 옮겨왔다. 김 대표는 안랩에서 기술고문을 거쳐 2008년 2월 CTO, 2008년 8월부터 CEO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