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CD사장 비워뒀다‥"SMD·삼성LED 합병 포석"

by안승찬 기자
2011.12.08 07:01:02

권오현 부회장 승진에도 LCD사장 선임 없어
"내년 SMD ·삼성LED 합병 후 총괄 사장 선임"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삼성이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공석인 삼성전자 LCD사업부장을 선임하지 않은 것은 삼성전자가 내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삼성LED의 합병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삼성전자(005930)가 SMD와 삼성LED를 합병하고 두 회사를 삼성전자 LCD 사업부와 합친 이후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사장을 그 때 선임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 한 관계자는 8일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LCD 사업부장을 선임하지 않은 것은 SMD와 삼성LED의 합병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에 본격적인 합병 절차가 진행된 이후 사장 인사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삼성은 LCD 사업 부진의 책임을 물어 장원기 전 삼성전자 LCD 사업부 사장을 전격 경질하고, LCD 사업부를 부품(DS)총괄 산하로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공석이 된 LCD 사업부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사장이 겸임해왔다.

권 사장이 이번 연말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지만, 이번 사장단 인사 명단에 삼성전자의 LCD 사업부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전자(005930)의 세트 부문을 담당하는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부품을 총괄하는 권 부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지만, 사장급이 맡는 LCD 사업부장을 여전히 겸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LCD 사업부장을 오래 맡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회사인 SMD와 LED 회사인 삼성LED를 흡수합병해 LCD 사업부와 합치고, 이후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사장 인선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삼성LED의 합병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16일 삼성LED가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1주를 500원짜리 주식 10주로 분할하기로 한 것도 삼성전자와 합병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예비절차다. 다만 삼성LED는 메모리사업부와 합쳐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67.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SMD의 합병도 사실상 결정된 사안이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과잉 경쟁에 접어든 LCD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AM OLED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내년 투자 규모도 LCD보다 AM OLED가 압도적으로 많다. SMD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조원이 넘는다. 

이 관계자는 "아직 SMD와 삼성LED 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삼성전자의 LCD 사업부장을 선임할 이유가 없다"면서 "시간을 가지고 AM OLED와 LED 사업까지 포괄할 수 있는 인물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