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급매물` LG전자에 무슨 일이?

by이정훈 기자
2009.09.13 13:03:00

실적우려 고조…기관 리밸런싱 `물량 주의보`
`2분기 워낙 좋다보니` 모멘텀↓…`신병기` 기대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서울 증시의 대표적인 IT주로 꼽히는 LG전자(066570)가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찍는 등 IT주의 힘으로 코스피지수도 1700선을 향해 가고 있지만, LG전자 주가만 유독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 주가가 최근 약세를 보이며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12만8500원을 기록, 2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달말부터 주가 상승탄력이 크게 둔화된 가운데 급락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 지난달 25일에 3.07%, 이달 3일에 3.70%, 9일에 7.96%, 11일에 4.10% 각각 떨어졌다.

◇ 실적우려에 기관 손떼나?

사실 들여다보면 외국인들은 최근 석달째 계속 LG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7월에 383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8월에도 767억원 어치를, 이달에도 11일까지 8억원 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문제는 기관투자가들의 매도공세다.

7월에 4425억원으로 월별 기준으로 최근 2년여만에 가장 많은 순매도를 기록한 뒤 8월에 805억원 순매수로 돌아서더니 이달들어 다시 2500억원 어치나 순수하게 팔아 치웠다. 벌써 7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연말까지 계속 실적이 좋아질 삼성전자에 비해 LG전자는 이익 모멘텀이 하반기에 크게 떨어질 것 같다"며 포트폴리오내 LG전자 비중 줄이는 대신 삼성전자를 늘리는 리밸런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11일까지 기관 순매도 1위 종목은 LG전자(-2500억원)인 반면 기관이 가장 많이 사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2300억원)였다.

최근 실적 우려와 모멘텀 둔화로 기관 매물에 주가 폭락을 경험했던 엔씨소프트의 사례처럼, 외국인에 비해 집중도가 더 높은 기관의 매도 타깃이 된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 시장은 무엇을 걱정하나?

사실 최근 LG전자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보고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LG전자 실적 악화 가능성이 서서히 힘을 받고 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2분기까지 좋았던 에어컨이 계절적 수요 감소를 겪을 것이고 패널가격 상승으로 LCD TV 마진이 악화되며 휴대폰 판매 오름세도 더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LG전자 실적 우려를 내놓았던 노무라증권은 "세트제품 가격 하락과 패널값 상승으로 인해 마진 축소로 LG전자의 TV 마진은 2분기에 8%에서 4분기에는 0%까지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UBS증권 역시 "에어컨 판매가 계절적으로 부진하고 LCD TV 마진도 높은 패널가격으로 인해 꺾일 것"이라며 "여기에다 미국에서의 휴대폰 판매 둔화로 이익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다보니 1조원을 훌쩍 넘겼던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에 회사측 가이던스인 7000억원에도 못미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싹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LG전자의 과거 몇년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4분기에 이익규모가 급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한 2006년 이후 4분기 영업이익 최고치는 2007년의 3809억원이 고작이었다.

◇ 회사는 어떻게 보고 있나?

정작 당사자인 LG전자측은 이런 시장 분위기에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위축된 투자심리야 서서히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것. 중요한 것은 시장이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LG전자의 이익 사이클을 언제쯤 인정해주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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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뉴초콜릿폰`
G전자 관계자도 "어차피 우리는 에어컨이나 IT, 가전 등 주요 제품 라인업으로 인해 이익 사이클을 탈 수 밖에 없는 기업"이라면서도 "매년 4분기 이익만 비교하면 점차 이런 계절성이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는데, 이런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주목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2006년과 작년 1000억원대에 불과했던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올 4분기에 5000억~7000억원 수준에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이 부분이 부각되지 않는 것은 LG전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갑자기 너무 커졌다는데 있다. UBS는 "이런 우려는 (이익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시장 기대가 과도하게 높아서 나온 것"이라며 어닝쇼크는 없을 것으로 봤다.

이런 가운데 LG전자는 4분기에 우려를 뛰어넘는 실적 개선이라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달말에 첫 엣지방식 LED TV와 대박을 친 `초콜릿폰`을 잇는 `뉴초콜릿폰`이라는 신병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패널가격만 떨어지면 LCD TV도 뜻밖의 마진 개선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