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한 기자
2009.05.14 01:46:12
밸류에이션 부담 + 소매지표 부진 + 주택압류 급증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13일(현지시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매판매 지표가 예상밖으로 부진한 것으로 드러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다 치솟는 실업률 여파로 미국의 4월 주택압류신청이 2개월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낮 12시40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50.20포인트(1.77%) 떨어진 8318.8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78포인트(2.09%) 하락한 1680.14를,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18.44포인트(2.03%) 떨어진 889.91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4월 소매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비관련 종목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이자 유통업종 대장주인 월마트는 2% 이상 떨어졌고,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도 분기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소매지표 부진 영향으로 3% 안팎 하락했다.
또 4월 주택압류신청건수가 2개월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한데다, 지난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청이 지난 3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으로 주택관련 종목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비저홈즈(Beazer Homes)가 장중 19%나 급락한 가운데 호브내니언(Hovnanian)도 9%가 넘는 급락세다.
반면 소매업체이면서도 주택경기지표에도 큰 영향을 받는 홈디포의 경우엔 오히려 1.6%의 오름세다. 씨티그룹이 다우 종목인 홈디포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조정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반도체칩 메이커인 인텔은 호재와 악재가 겹친 가운데 강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텔은 폴 오텔리니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장마감 직후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 같다"고 언급, 실적관련 호재로 급등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인텔에게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10억6000만유로(1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악재가 전해져 실적관련 호재를 크게 희석시켰다.
EU 집행위는 인텔이 AMD 등 경쟁업체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인텔칩을 사용하는 PC업체들에게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불공정거래를 일삼았다며 벌금 부과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인텔의 경쟁사인 AMD는 4%가 넘게 올랐다. 인텔이 유럽에서 제제를 받게 돼 `반사이익`이 기대된데다, 인텔이 2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코멘트를 내놓음에 따라 AMD의 실적개선에도 기대감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은행주들은 약세를 보였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5% 안팎 하락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데다, 유상증자 등 자본조달을 둘러싼 부담감과 유럽은행들의 실적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종목들은 전날의 폭락세에서 벗어났다. 전날 파산보호신청 우려감으로 20%나 폭락했던 GM은 반발매수세가 들어오면서 13%의 오름세를 기록중이다.
3억주에 달하는 유상증자 계획이 부담이 돼 전날 17% 떨어졌던 포드는 2%대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포드는 이날 신주발행가액이 4.75달러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장중 5% 넘게 떨어진후 낙폭을 조금 만회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4월 소매판매(계절조정)가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전월 수치도 1.2% 감소에서 1.3%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의 컨센서스로는 4월 소매판매가 0.2% 가량 증가한 것으로 전망됐다. 결과치가 예상을 벗어난 셈이다.
집값 하락 등으로 가계의 자산가치가 크게 감소한 가운데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가계의 소비능력을 계속해서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3월 기업재고가 1% 감소했다. 7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기업들의 3월 판매는 올들어 가장 큰 폭인 1.6% 감소했다. 이는 재고감소 배경이 수요증가 때문이 아니라 수요부진에 따른 공급축소에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동산 조사업체인 리얼티트랙(RealtyTrac)은 4월중 주택압류신청을 받은 주택수가 전년비 32%나 급증한 34만2038채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374가구중 1가구꼴로 압류신청을 받은 셈이다. 특히 4월 주택압류신청 건수는 2005년 데이타가 집계된 이래 2개월 연속 최대를 기록했다.
치솟고 있는 실업률이 주택압류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가격 하락으로 주택의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진 반면 실직 가정을 중심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연체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4월 현재 8.9%까지 상승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