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승관 기자
2006.10.29 08:28:27
손보사-카드사, 경영악화 주장...실력행사 움직임도
"안되면 우리만이라도"...개별 `물밑협상` 활발
[이데일리 문승관기자] 지난 20여년을 끌어오던 보험사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문제가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올 4월 노무현 대통령이 자동차보험 경영악화에 대한 대책 마련 지시 후 추진과제로 책정됐지만,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가 이견(異見)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손보업계에서는 지난 회계연도(2005.4~2006.3) 한 해에만 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약 1500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0.1%가량 증가한 규모다.
지난 회계연도에만 손보사의 카드결제액은 4조6310억원으로 전체 원수보험료의 약 18.7%를 차지했다.
이 중 자동차보험 카드 결제액이 4조3432억원으로 전체 카드결제액의 93.8%를 차지, 과도한 카드 가맹점수수료로 차보험 영업손해가 크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신용카드사들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만 1조374억원을 기록, 업종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손보사들은 지적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높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보험사의 사업비 부담으로 작용해 차보험 만성적자의 주 원인이 되고 있다"며 "카드사가 경직된 자세로 가맹점을 압박하고 있어 카드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는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는 보험업계의 주장이 일방적일뿐 만 아니라 제시하는 수수료율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보험사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매출 규모나 신용도 변동에 따른 `슬라이딩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보험사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5~2.8%로, 다른 업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는 최근 카드업계의 영업호전을 빌미로 손보업계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며 수수료율을 조정하면 다른 업종들도 근거없이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할 수 있어 카드사의 경영여건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손보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더 낮추면 마진을 맞출 수 없다"며 "감독당국의 지도 방침에 따라 신용판매 수익 위주로 전환되고 있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력이 생기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손보사들은 카드수수료율을 줄이기 위해 제휴카드사와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개별협상을 진행하거나 아예 현금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화재(000810)는 가입자가 차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해당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비례 수수료를 0.5%차감하고 있다. 동부화재(005830)는 이달 초 가입자들이 차보험료를 현금으로 납부하거나 가맹점 수수료가 낮은 카드를 이용토록 설계사와 대리점에 지시했다.
LIG손해보험(002550)은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등 제휴카드사와의 수수료 협상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를 절반 가까이 낮췄고 교보자동차보험도 현재 현대카드 등 제휴 카드사와 수수료율 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교보자보와 같은 온라인자동차보험사들의 신용카드 결제 이용률이 70%이상돼 온라인보험사들의 수수료율 조정과 무이자 할부 마케팅이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편, 감독당국도 지난 7월 보험업계와 `자동차보험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영업적자의 한 원인으로 지적하고 대책마련을 추진과제로 채택했다. 그러나 수수료율 조정과 관련해 관련부서간 의견차가 커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업계는 지금까지의 업계 공동의 노력을 한 단계 높여 현행 수수료율 부과에 대한 법률자문을 받고 이를 근거로 YMCA 등 소비자 단체 등과 연계해 가맹점 수수료율 낮추기 운동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