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9.23 05:00:00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에 이어 21일 부산 사상구에서 도로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차량이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서대문구에서는 승용차 한 대, 이번 사상구에서는 트럭 두 대가 빠졌다. 서대문구 사고에서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중상을 입었지만 사상구 사고에서는 다행히 사람이 크게 다치지 않았다. 비교적 큰 규모의 땅꺼짐이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두 건이나 발생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땅꺼짐 공포가 커지고 있다.
언론이 다 보도하지 않아서 그렇지 땅꺼짐 사고는 전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957건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한 달에 16건, 이틀에 한 건 꼴이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4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차량 78대가 파손됐다. 땅꺼짐 사고가 최근에 부쩍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도심 지역 도로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양상이다. 이러다가 거리를 걸어 다니거나 차량을 운전하면서 언제 어디에서 땅이 꺼질지 몰라 불안해하는 것을 넘어 땅꺼짐으로 대규모 참사를 겪게 될까봐 우려된다.
도심 지역 땅꺼짐 사고는 대부분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다. 지하 도로와 철도 건설을 비롯한 지하 개발이 늘어나면서 인근 지층과 지하 물 흐름을 교란시킨 결과 흙이 이리저리 쓸리면서 지반에 빈 공간이 생겨난 탓이기 때문이다.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관의 노후화가 장기간 방치돼 손상된 부분으로 흘러나온 물에 흙이 쓸려가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인재인 만큼 자연재해와 달리 예방이 불가능하지 않다. 원인이 되는 행위를 규제하고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는 그동안 대책은 소홀히 하고 사고가 날 때마다 미봉책에 그쳐왔다.
이제는 종합적인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도심 지하에 무엇이 얼마나 매설됐는지, 지하 물 흐름이 어떤지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하지도를 만들어 지하 개발과 매설물 관리에 참고하도록 해야 한다. 노후화가 심각한 상하수관 교체를 재정 투입 우선순위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각종 지하 공사가 인근 지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와 점검도 강화해야 한다. 근본 대책 없인 땅꺼짐 공포를 없앨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