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와 점괘 강요하는 시어머니 이혼사유 일까요[양친소]
by송승현 기자
2024.09.22 07:15: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안미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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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 차인 저희 부부는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시어머니는 저와 남편의 궁합이 좋지 않다며 처음부터 저를 탐탁지 않아 했습니다. 남편이 제가 아니면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해 겨우 결혼을 허락하셨죠. 하지만 시어머니는 상견례 자리에서 미리 무속인에게서 받아 온 결혼 날짜를 내밀며 이날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했습니다.
결혼 후에는 저 때문에 남편이 승진을 못 한다며 저보고 회사를 그만두라는 겁니다. 그것도 용한 점쟁이가 그랬다면서요. 제가 직장은 계속 다니고 싶다고 버티자, 시어머니는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남편까지 나서서 저보고 회사를 그만두라는데 이 일로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이혼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요. 다툼 끝에 더 이상 어머니가 간섭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제가 6개월 뒤 퇴사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시어머니는 임신을 해야 한다며 부부관계 일까지 받아왔습니다.
남편 사업이 요즘 지지부진하자 제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 남편이 힘들어졌다며, 1년에 열 번이나 되는 제사를 저보고 챙기라는 겁니다. 남편에게 각서대로 어머니를 막아 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요.
하지만 틈만 나면 점괘가 그렇다며 결혼생활에 개입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숨 막히고, 방관하는 남편도 이젠 믿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이혼 사유가 안 되는 건가요?
헌법상 종교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 돼있습니다. 가족이나 부부 사이도 종교는 강요할 수 없는데요. 단순히 종교가 다르다거나 상대방이 믿는 종교를 믿을 수 없다는 내용만으로는 이혼사유가 되긴 어렵지만, 종교에 빠져서 부부간의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종교행위 강요가 지나쳐 부부갈등을 지속적으로 유발했다는 사정 등이 있으면 충분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를 살펴보면, 가정 경제를 살피지 않는 과도한 헌금이나 시주를 요구했던 경우, 종교적 신념 때문에 어린 아이의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경우 등이 이혼사유로 인정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연은 배우자가 아닌 시어머니가 사연자에게 본인이 믿는 무속이나 점괘대로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직계존속과 연관된 이혼사유는 민법 제840조 제3호와 제4호가 있는데, 사연의 경우에는 민법 제840조 제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의 재판상 이혼사유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판례가 말하는 ‘부당한 대우’란, 혼인관계 지속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중대한 모욕입니다. 단순하게 1, 2회 정도가 아니라 지속적이어서 견디기 힘든 상황을 뜻합니다. 사연자의 시어머니가 어떤 폭언이나 폭행을 했는지 구체적인 정황은 알 수 없는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퇴사를 강요하거나 갑자기 열 번의 제사를 지내라고 강요하는 행위가 일반적인 행위로는 보이지는 않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들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사연자가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지만, 시어머니가 폭언 등을 행사하며 사연자에게 자신의 뜻을 강요하도록 강제했다면, 민법 제840조 제3호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으로 인해 이혼에 이르게 된 경우, 배우자가 얼마나 적절히 개입하여 갈등을 해소하려 노력하였는지를 반드시 살펴봅니다. 배우자가 이러한 위기 속에서 방관하거나 무관심한 경우, 도리어 부모에게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며 다른 배우자의 신뢰를 상실시킨 경우에는 적절히 중재하지 못한 배우자를 유책배우자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사연을 보면, 시어머니의 지나친 종교 강요 행위와 혼인생활 개입 문제로 인해 사연자 부부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사연자의 남편은 아내가 여러 번 고통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시어머니의 편을 들거나 방관함으로써 사연자의 고통을 가중시켰습니다. 남편에게 어떠한 개선의 여지도 없다면, 이러한 혼인생활의 유지를 사연자에게 감내하도록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므로 현 상황에서 사연자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다면 인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급심 판례 중에 시어머니가 아들이 없는 상황에서 아들 몰래 지속적으로 며느리에게 폭언을 하고 저주를 퍼붓고 일부러 전 여자 친구와 며느리를 비교하면서 고통을 준 데에 대하여 2000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혼은 부부 사이에서 혼인생활을 정리하는 것이므로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중재하지 못한 배우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위 사건에서는 시어머니의 불법행위 정도가 극심하고 혼인파탄의 주원인을 제공한 것이 명백했기에 시어머니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인용되었던 것입니다.
사연 속 시어머니 또한, 사연자 부부의 혼인관계 파탄의 단초를 제공한 당사자임은 분명합니다. 만약, 시어머니가 며느리인 사연자에게 극심한 폭언 등 부당한 대우를 자행하면서까지 혼인생활에 개입하거나 종교 등을 강요하였다면, 시어머니도 위자료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