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종부세·상속세…개편작업 시동 건 세제당국

by김은비 기자
2024.06.03 05:00:00

민주당, 1주택자 종부세 폐지 언급에 논의 급물살
정부·여당서도 "전반적인 개편안 마련할 시점"
구체적 방향성은 달라…중과세율 폐지부터 할 듯
상속세 개편도 수면위로…대주주 할증 폐지부터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상속세가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야당에서 성역처럼 여겨진 종부세 개편을 언급하고, 정부·여당에서도 적극 화답하면서다. 다만 여·야·정이 논의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부분 개편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논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종부세 개편론이 이어지고 있다. 종부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했다. 진보정권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그간 민주당 안에서는 종부세가 성역처럼 여겨져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과세표준·납부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실거주 1가구 1주택 종부세 폐지를 언급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종부세에 대한 ‘총체적 재설계’를 주장했다. 집값 폭등이 정권교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면서 부동산세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민주당 내에서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폐지를 주장해온 여당 및 정부에서는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종부세의 과도한 세 부담에 관해서는 늘 개편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며 “종부세의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역시 “전반적인 세금 제도에 대한 개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종부세 폐지까지 포함해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야당과 정부·여당 간의 입장차가 있다. 민주당에서 1주택자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폐지하자는 분위기다. 정부·여당에서는 1주택자에 대해서만 종부세가 폐지 될 경우 소위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더 심화할 수 있다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반면 대통령실에서 주장하는 종부세 폐지에 대해서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종부세 폐지는) 총선 민의에 나타난 국민들의 바람과 다르다”며 “부자 감세라고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 기조를 이어가는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민생 회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보다는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현 정부의 국정 기조인 ‘징벌적 과세 체계 정상화’의 일환이다. 현재 3주택 이상 보유자는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분을 기준으로 기본세율의 2배 가까운 중과세율이 부과된다. 세제당국인 기재부는 이날 “현재 종부세 개편방안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재부)
상속세 개편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고, 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상속세 개편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며 “상속세율을 주요 선진국 사례를 감안해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와 추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보다 세부담이 줄어든다.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는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져야 해 ‘응능부담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해 2월 조세개혁추진단을 꾸리고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각종 공제 제도를 포함해 상속세법을 새로 써야 할 만큼 법체계를 뒤바꾸는 작업이어서 방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유산취득세 전환을 담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50%에 달하는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부의 대물림 가속화’라는 부정적 정서와 거대 야당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상속세 개편의 전제로 국민적 공감대를 두기도 했다.

따라서 유산취득세 전환, 세율 하향조정 등을 장기과제로 두고 ‘밸류업’ 정책과 관련한 상속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 공제대상 한도 확대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이후 여야 간의 논의 속에서 개편 방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