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거친 금리와 불안한 공제회, 그걸 지켜보는 사모펀드
by안혜신 기자
2024.04.19 11:33:07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옅어지며 자본시장 찬물
일부 공제회 CIO 공석…기관투자자 신중 기조 이어갈 듯
연내 금리 인하 기대 유효…하반기 M&A 기지개 전망도 여전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진정되는 듯했던 미국 물가지표가 다시 고공비행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도 쏙 들어갔다.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큰 손’ 기관투자자(LP)들 역시 출자에 신중한 모습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상당수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공석이 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2분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찬 바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출자사업은 우정사업본부(1500억원)와 건설근로자공제회(3600억원) 정도만 눈에 띄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1분기는 출자 비수기로 꼽히긴 하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출자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M&A 기근이 이어지면서 이미 출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고, 이는 결국 재투자 자금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에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 지연을 시사했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저금리에 유동성이 넘쳐났던 시기와 달리 고금리 시기에는 대체투자를 통해 올릴 수 있는 기대수익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이는 결국 기관투자자들이 출자에 신중한 모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상당수 공제회에서 CIO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현재 CIO 자리가 공석이거나 차기 CIO를 선정 중인 공제회는 경찰공제회, 군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등 총 세 곳이다. CIO 자리가 공석이라고 해서 투자 업무가 중단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새로운 CIO를 선정하고 새로운 체계로 자리가 잡히기까지 매끄러운 투자 결정이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 등이 겹치며 시장 전체적으로 LP가 출자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여러가지 상황이 겹친 가운데 CIO 공석이 최근 출자 기근에서 제일 큰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형 사모펀드(PEF) 선호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하는 공제회 특성상 그동안 쌓아온 트랙레코드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는 대형 PEF가 중소형 PEF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출자한 자금을 빨리 회수하고 다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면서 “확실한 수익을 보장받고 싶어하다보니 신생 중소형 운용사보다 과거 수익률 등 비교적 확실히 믿을 수 있는 대형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1분기 고사 상태였던 M&A 시장 분위기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쌓아둔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가 상당해 M&A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반기 최소 한 차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유효한만큼 선제적으로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는 곳들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국내 운용사 한 관계자는 “아직 연내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면서 “금리가 내려가면서 유동성이 좋아지게 되면 최소한 고금리 문제로 M&A 거래를 망설이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