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소주값 줄줄이 오르자…가격 통제 수위 높인 정부
by김은비 기자
2023.11.06 05:30:00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도…우유·소주 가격인상
농식품부, 7개 주요 품목 물가 전담 관리
할당관세 확대 등 실질적 원가 부담 완화 한계
"누적된 원가 부담에…가격 일시 폭등" 우려도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정부가 라면,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설탕, 우유 등 7개 품목을 핀셋처럼 콕 집어 담당자를 지정하고 이들 제품의 가격을 직접 챙기기에 나섰다. 정부가 3%대 고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도, 우유·소주 등 식품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자 이들 제품에 대한 가격 통제 수위를 높이려는 의지로 읽힌다.
| 서울 한 편의점에 진열된 아이스크림.(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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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관리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해 7개 주요 품목을 전담 관리한다고 5일 밝혔다. 현재 농식품부의 경우 농산물은 품목별 담당자가 있지만, 식품 물가는 1인 관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도맡아 관리하다보니 시장 상황을 적기 파악하고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TF를 통해 인력을 약 2명 더 늘려 1인당 2~3개 품목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밝혔던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즉시 가동’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당시 추 부총리는 “각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소관품목 물가 안정은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철저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과 흡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 1월 정부는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하면서 1급 공무원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물가 관리를 책임지도록 했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도 식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자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 달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원유가격 인상을 이유로 우유·아이스크림 가격도 줄인상됐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달부터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최대 25% 올렸고, 빙그레는 메로나 제품의 가격을 17.2% 인상했다.
원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각종 대책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 관리를 위한 최후 수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원가 인상 압박이 큰 △대두유 △해바라기씨유 △돼지고기 △밀 △밀가루 △계란가공품 △사료용근채류 등에 대해 연말까지 0%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소고기 △닭고기 △분유 △대파 △커피원두 △주정원료 △돼지고기(물량 확대)로 범위를 넓혔다. 또 커피·코코아 등 수입품과 김치 등 가공식료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를 2025년까지 연장하고,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도 10%포인트 상향했다.
정부의 가격 통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식품 업체들은 추가 가격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전망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장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면서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가격 인상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들의 원료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처럼 억누르는 물가관리 시스템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실질적인 원료 부담을 완화해주지 못하는 이상 기업의 비용 상승 요인이 없어지거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기업들이 상당 기간 가격 인상을 자제해 온 상황에서 추후 한꺼번에 가격을 대폭 올릴 수 있다. 이 경우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