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에 지명된 이종석 후보자…임기는 왜 11개월일까[판결왜그래]
by김형환 기자
2023.10.22 07:00:00
이종석, 재판관 잔여 임기 11개월 불과
‘소장 임기는 재판관 남은 임기’ 관례화
재판관 연임 가능성…전례 없다는 부담
“재판관끼리 호선” 개헌 필요성 목소리도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헌법재판소장으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로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올곧은 법관으로 선후배들 사이에서 신임이 두텁다’고 합니다. 다만 이 후보자가 차기 헌재소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를 때마다 장애물처럼 제기됐던 말이 있습니다. 바로 ‘임기’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바로 다음 조항인 112조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즉 2018년 10월 임명됐던 이종석 후보자의 임기는 내년 10월까지로 국회 인사청문 과정 등을 고려할 때 약 11개월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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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장의 임기 관련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988년 헌법재판소 개소 이후 4대까지 소장 임명자들은 모두 현직 재판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 6년 임기를 보장받았습니다. 문제는 2006년 발생했습니다.
2006년 노무현 정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가 약 3년 남았던 전효숙 당시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하길 원했습니다. 다만 임기가 관건이었습니다. 임기 6년을 보장해주고 싶었던 노 전 대통령은 전 당시 재판관을 사임하게 한 뒤 다시 소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헌법에 명시된 ‘재판관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을 들어 문제 삼았고 결국 전 전 재판관은 중도 사퇴했습니다.
이후 논란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반복됐습니다.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 지명 41일 만에 낙마하며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관이 후임으로 지명됐습니다. 당시 박 전 재판관의 남은 임기는 약 4년으로 ‘남은 임기는 6년을 해야 한다’, ‘4년을 해야한다’는 등의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박 당시 헌재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을 사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장 임기는) 재판관 임기 만료 시점인 2017년 3월”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전 소장은 2017년 3월 임기를 마무리했고 이때부터 ‘헌재소장 임기는 헌법재판관의 남은 임기’라는 관례가 굳어졌습니다.
문제는 이종석 후보자의 임기가 약 11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윤 대통령은 차기 헌재소장을 또 임명할 수 있게 되고 현재 헌재 구조상 최대 3번까지 지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만약 이종석 후보자가 1년 남짓 임기를 수행하고 이후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윤 대통령은 최대 3명의 헌재소장을 지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헌법재판관들은 소장으로 지명되기 위해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재판관석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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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종석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헌법상 헌법재판관은 연임이 가능한데 이 후보자의 임기 만료 전 다시 이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임 가능성 질문에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며 “(이 재판관 임기가) 끝나고 나서 연임할지는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연임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다만 전례가 없다는 점은 큰 장애물 중 하나입니다. 헌법재판소장 중 헌법재판관으로 연임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게다가 헌법재판관만 보더라도 연임한 헌법재판관은 김문희·김진우 전 재판관 단 2명에 불과합니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크게 패배한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논란이 매번 반복되자 헌법재판소장 선출 절차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판사 출신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헌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이 재판관 중 소장을 임명하는)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문제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보면 헌법재판소장을 헌법재판관의 호선으로 뽑는 나라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관들은 대통령 3명, 국회 3명, 대법원장 3명이 선임하는 방식입니다.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선택해 잔여임기를 채우는 식으로 운영한다면 정치적 편파성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직접 서로 일을 해가며 재판관을 뽑게 된다면 잔여 임기에 따른 정치적 편파성 논란 등도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 국회에 제출한 정부 개헌안에는 헌법재판소장을 호선제로 뽑도록 헌법 제111조를 바꾸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