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월 소비자물가 환율 방향성 바꿀까…1330원대 박스권 지속[주간외환전망]
by이정윤 기자
2023.09.10 07:00:00
지난주 환율 14.6원 올라…개입 경계에 박스권
13일 美 8월 CPI 발표, 근원물가 둔화 주목
15일 中 8월 부동산 투자 하락 확대 전망
국제유가 90달러 돌파·일본정부 실개입 변수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지난주 1330원대의 박스권을 지속한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대기하며 이번 주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물가가 예상 밖의 서프라이즈를 낼 경우 환율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또 국제유가 급등, 위안화와 엔화의 약세 심화 등 변수가 산적해 있는 만큼 관련 지표들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환율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와 아시아 통화 약세에 상승 압력을 받아 한 주간 14.6원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했고, 이에 달러인덱스는 105선으로 오르며 지난 3월 초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고점과 10원 이내로 가까워지면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상단을 누르며 1330원대의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이번주는 미국의 8월 물가에 주목해야 한다.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 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물가 지표는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3일에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다. 지난달 3.2%로 상승했던 소비자물가는 8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3.8%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서는 8월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 물가가 각각 전년대비 3.8%, 4.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드라인 물가는 전월대비 반등하지만,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둔화세 유지를 예상한 것이다.
따라서 헤드라인 물가가 4%에 근접한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지 않는다면 발표 후 달러 강세 폭 확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소비자물가의 반등에도 미 연준이 보는 핵심물가지표인 근원 물가의 하락 기조가 유지된다면 급격한 달러 강세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15일에는 중국의 8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부동산투자 등 지표가 쏟아진다. 소매판매는 7월 2.5%에서 3.0%로, 산업생산은 3.7%에서 3.8%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8월 중국 부동산 투자는 전년대비 -8.9% 감소하며 전월 -8.5% 대비 하락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각종 부동산 부양책과 함께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위안화 약세는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8일(현지시간) 달러·위안 환율은 장중 7.36위안까지 올라 2010년 역외 위안화 시장이 생긴 이후 위안화 가치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번 주에도 중국 지표 발표와 함께 위안화 변동성에 따라 원화가 동조할 가능성이 커 예의주시해야 한다.
14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ECB 총재의 인플레이션 관련 매파적 발언 등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과 유로존을 중심으로 통화 긴축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한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도 수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주는 국제유가와 엔화가 환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감산 조치를 연장하겠단 소식에 WTI 10월물은 한때 90달러를 웃도는 등 유가가 급반등했다. 고유가가 물가 자극으로 이어지고, 이런 점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 이번 주 국제 유가가 90달러를 넘는다면 환율도 연고점(1343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달러 대비 148엔 수준까지 치솟은 엔화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8일 달러·엔 환율은 종가 기준 147.79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상순 이후 10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자, 올해 들어 최고치다. 일본 정부는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구두개입을 했고, 이번 주도 엔화 약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실개입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도 일본은 구두개입 일주일 뒤 실개입에 나선 바 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 환율이 148엔대까지 가면 일본 정부의 실개입이 나올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달러가 약세로 가면서 순간적인 변동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큰 변수가 없다면 이번 주 환율도 1330원대의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달러화 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지기에는 경기 개선 기대 유지가 필요하나 주요국 추가 지표 개선 부재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환율은 지지부진한 중국 지표 등에 위안화 약세 압력 동조화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상상인증권은 “미 8월 물가지표 발표 전후로 경계심이 반영된 장세가 예상돼, 달러 강세 기조가 유지되는 환경은 원화 가치 절하 압력이 높아짐을 암시한다”며 “다만 1340원 중반 레벨에서부터 당국의 환시 개입 부담감이 나타나며 상단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물가 지표의 결과에 따라 그 다음주 있을 대형 이벤트인 FOMC에 결과에 대한 방향성 베팅으로 이어질 주 후반이 예상된다”며 1320~1350원 등락을 전망했다.